전세계적으로 사형제가 폐지되어가는 추세다. 우리나라또한 실질적으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국가이다. (헌데, 그런 나라들은 징역 100년 1000년씩 구형이라도 하지, 우리나라는 뭐하나?) 그에비해 이웃 국가들, 중국, 일본,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아직도 사형제도가 남아있고 실제로 형이 집행되고 있다.

최근에 어떻게 하다보니, 일본에 일어난 강력 범죄에 대한 글들을 보게 되었다. 읽고 나서 충격을 받은 이야기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 세상에 이런걸 인간이라 할 수 있나. 일본은 정말 사형제 절대 폐지되선 안 된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형제 없애자는 사람들에게 그 내용들을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애초에, 인권위니 어쩌니 하는 단체는 유영철 사건이나 강호순 사건의 세세한 전모를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단순히 연쇄살인하니까 드라마 얘기 같지? 피해자 가족은 픽션속의 인물 같지?) 미성년자는 왕이다. 라는 사상은 우리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나(우리나라 법이 일본의 소년법을 배껴온 것이므로.) 일본에선 (그렇게 보호받는) 미성년자가 사형당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사건을 보면 '이건 100% 사형 아닌가? 싶다.
사실 우리나라도 잘 안 알려진 이야기가 많고, (언론은 왠만한 범죄는 관심도 없다.)사람들의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별의 별 일들이 다 있었을 것이다. (...하기야 잘 알려진 얘기들만 봐도 심각한 사건이 많다.)


서두가 길었는데. 이 모방범은 일본에서 일어난 가상의 범죄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었을때만 해도 '대단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현실성은 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앞서 말한 강력 범죄들의 사례들을 보고 나니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다.' 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저자는 일본에서 일어난 강력 범죄들을 바라보며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단순한 엽기 살인으로 끝나는것 같던 사건이 어느새인가 일본 열도를 공포로 몰아넣는 대범죄가 되어버린다. 현재는 옛날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정밀한 수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 수사의 한계를 파고드는 범인의 행동에 경찰은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독자들은 1->2->3부 순서로 볼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1부를 읽은 뒤 3부를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물론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는 있을수 있다. 나도 3부를 먼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장담은 못하겠다.)
만약 3부를 먼저 본다면. 어쩌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내용을 말하면 재미가 확 줄기 때문에 얘기할 순 없으나 '작품속에 등장하는 평범한 시민 A'같은 입장이 되어 이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3부를 먼저 보는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좀 더 미스터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것이다.

미야베 미유키씨가 추리 소설을 많이 발표한 작가라 그런지, 이 작품도 추리 소설로 비추어진다. 추리 소설은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뉜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미스터리는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범인을 쫓는 이야기이고, 스릴러는 범인을 아는 상태에서 쫓는 이야기라던가? (...라고 TV 프로그램에서 그러더라.) 그 기준으로 나누면 이 작품은 스릴러이다. 시작하자마자 범인은 당신이다! 라고 나오는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보다보면 알 수 있다. 범인이 행동을 하기 전부터 어렴풋이 감이 온다.
하지만, 우리는 독자니까 그런걸 알 수 있지, 그 태도를 보지 못했다면? 순전히 사건 정황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게다가, 경찰로서는 '대형 범죄는 어떻게든 해결 시키는게 급선무' 이기 때문에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사건을 종결시키려는 경우가 있다. (살인의 추억과 같은 강제 심문은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존재하는게 사실. 아직도 '원죄' 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경찰이 '우리는 심문과 대충 정황으로 판단하여 이 사건을 끝냄!' 이라고 말할리가 없으니, 언론이 보도하는데로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국민들은 그 결과를 굳게 믿는다. (경찰은 못 믿어도 언론은 믿을만한 존재니까?)
이 모방범 내에서는, 여러가지 일들로 인하여 일본 국민 모두가 범인에게 휘둘리게 된다. 인구 1억명이 낚시에 걸려 퍼덕이는 꼴이다. 사건을 알고 있는 독자가 보기엔 '낚시에 걸린 아무것도 모르면서 떠들어대는 人들의 태도'가 매우 불쾌하고 울화도 치민다. 하지만, 그걸 보고 분노하면서도 '이딴 쓰레기같은 책이 다 있어!!'하고 던져버릴수 없는 것은. '만약, 내가 1억명중에 하나였다면 나 역시 퍼덕이고 있을것이 뻔하다.' 라고 생각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 외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있다. 바로 '사건과 관련없는 1억명의 태도' 이다.
작품내에선 평범한 국민이 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무언가 잘못 되어 있는. 피해자가 죄인 취급받고, '피해자는 범죄에 휘말릴만한 일을 했기 때문에 범인에게 당한 것이다' 라는 죽은 사람에 대한 모독. 가해자의 가족의 공격에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 살인 사건을 가십거리로만 취급하는 매체. 언론에 휘둘려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 등등. 이 나라.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이 냉정하면서도 자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나도 어렴풋이 느껴왔던 사회에 대한 모순을 정확하고,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다.
이 내용은 나를 감동시켰고, '남의 일'을 쓰는 동기가 된다.

이 책은 장편이다. 국내판 기준으로, 총 3권으로 발매되었는데 한 권당 500페이지가 넘기 때문에 왠만한 소설 5권정도는 되는 분량이다.(그럼에도 가격은 12000원으로, 다른 책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한권 한권이 매우 두껍기때문에 펼치기 전부터 읽을 엄두가 안난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면 엄청난 몰입으로 놓아주질 않는다. 이 책에대한 서평중 '처음에는 분량의 압박이 있었으나, 마지막 50페이지를 남겨두고는, 벌써 끝이라는 생각에 읽는 것이 아까운 느낌이 들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공감한다.

만약 당신이, 이 사회를 둘러싼 '범죄에대한 무언가 잘못 되어있는 시선'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한다.
일본 사회에 대한 내용이긴 하지만. 슬플 정도로 우리와도 잘 들어맞으니 말이다.



다음 작품 : 만화 - 당신의 손이 속삭일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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