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은 한국에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알린 아멜리 노통브씨의 대표작중에 하나다.

이 이야기에서 작가가 주장하고 싶은 의도라던가, 주제같은건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게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분명히 책을 꼼꼼하게 읽었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닌 듯, 인터넷 서점 서평을 읽어보니 (서평은 수 없이 많으면서도) 제대로 이해한 것으로 보이는 소감을 찾기가 어렵다. 어거지로 최저 미달 분량을 채우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도서 서평 이벤트를 노린건지, 알바인건지는 몰라도..)

그런데 희한한것은, 그렇게 이해를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후반부의 반전도 좋았지만 고작 그거 하나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그 마지막까지 읽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나같은 경우 반전이고 뭐고 책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끝까지 한 번에 읽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매우 얇다. 만화책 한 권 정도보다 얇은 분량을 하드 커버 표지를 통해 좀 더 두껍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얇다. 만약 신인 작가가 이 글을 출판사에 투고한다면 분량 미달로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한국 출판사 기준)
얇은 만큼 이야기도 짧다. 배경 장소도 무지하게 좁고, 등장 인물도 엄청나게 적다. 어지간한 단편 하나보다 더 스케일이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파격적인것은 형식에 있다. 이 작품은 글의 90% 이상이 대화로 구성되어있다. 즉, 쉴새없이 "" "" "" 기호 투성이다. 배경 묘사는 커녕 심리 묘사도 거의 없어서, '미연시' 라고 불리우는 게임에서보다 더 묘사/독백의 비율이 더 적을 것이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인데. 나는 미소녀로 가자! 등을 쓰던 초창기 시절에 이런 식으로 대화가 대부분인 글을 써왔었다. 그리고 그점에 대해 지적도 종종 들었다. (대화밖에 없다는 이유로. 얼마나 수준 높은 소설들을 읽기에 지적을 하는지는 몰라도.) 그런 이유로 글을 쓰면 쓸수록 (내 의도와는 상관 없이) 대사의 비중을 줄여야 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대해서는 그런 비평이...적어도 대충 흝어봤던 인터넷 서점 서평에서는 찾을수가 없었다.
역시 작가는 유명해지고 봐야한다. 무명 작가가 이런 글을 썼다면 누가 쳐다보기나 했겠는가. (출판계는 엄청나게 보수적이다.)

물론 배경은 좁으면서도 대화를 통해서 과거 회상등이 나오고..그를 통한 배경 묘사도 적절하고.
직접적인 묘사는 적지만 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주변에 대해 설명을 하는 그 필력또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냥 즉흥적으로 대화만 마구 써내려간듯 하지만, 굉장히 신경쓰지 않았다면 이런 글이 나왔을 리 없다. (아니면 대단한 천재거나.)

맛깔나면서도 코믹하고, 익살스럽고도 진지한 대화는..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질릴때쯤 되면 자연스럽게 주제가 바뀐다는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연히 접했다고 봐도 좋은 이 책이지만..기회가 되면 다른 이야기들도 한 번 보고 싶다. (그러나 사놓고 읽지도 않은 책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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