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지금이야 영화로도 나오고 독자들도 상당히 많지만 10년 전까지만해도 국내에선 마이너한 작품이었다.
그저 홈즈와 와트슨이 나오는 탐정물이라고만 알려져 있었지, 막상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접했던 것은, PC통신의 추리 동호회에 올라온 홈즈의 축약 번역본을 다운 받으면서였다.(저작권이 소멸된 작품이었기에.) 그건 대단히 재미있었지만 순서도 뒤죽박죽 무작위로 올라왔고, 유명 얘기만 올라왔기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러다가 황금가지에서, 이 책을 '전집으로' '무삭제 무축약으로' 번역본을 내놓는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회사에서 출판한 '반지의 제왕'은 영화로라도 나왔지. 당시 홈즈가 영화로 나왔던 것도 아니었는데 황금가지에선 무슨 생각으로 한국에서 그렇게 안 나간다는 추리 소설을 전권 번역해서 출판한다고 했는지 모르겠으나,(그 전에 애거서 크리스트 전집이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으나 아주 마이너한 인기를 거두었다.) 결과적으론 대 성공했다. 워낙 성공해서 번역가는 순식간에 돈방석에 앉았고, 타 출판사들도 앞다투어 홈즈를 번역해서 내놓았고..(마찬가지로 저작권이 없으므로. 그렇다고 그걸 인터넷에 올려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황금가지와 다른 출판사들은 그 뒤로도 뤼팽 번역본을 내질 않나, 애가사 크리스티 전집을 내질 않나. 아무튼 출판시장엔 난데없이 추리 소설 붐이 일어났었다. 이게 바로 셜록 홈즈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뒤 출판된 뤼팽이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여전히 마이너한 인기밖에 얻질 못했다.



셜록홈즈

잘 알려져 있듯이 셜록 홈즈는 추리물이다. 4개의 장편과 수십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편이라고 해도 각 1권 정도의 분량이고, 전집이라고 해도 9~10권 정도이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애거서 여사 책들은 기본이 1권이다.)
추리물이라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같은 내용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특히, 연쇄 살인 -> 해결 방식인 김전일과는 전혀 방식이 다르다.
일단 살인이 아닌 절도같은 경범죄(?) 사건이 상당수이고, 개중엔 말 도둑, 시험지 유출 같은 상상도 못할 사건들도 많다. 장편들을 봐도 연쇄 살인같은 얘기는 아니다. 장편의 경우 사건과는 관계없는 뒷 배경 이야기가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이 책은 상당히 드라마틱한 면이 있다.
'명탐정 셜록 홈즈'로 알려져 있듯이 기본적으로 의뢰 -> 사건 진행 -> 해결 의 전개로 이어진다. 사건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라 수십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식상하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불패인 다른 추리물과는 다르게 홈즈가 패배를 인정할 때도 있다는 것 역시 독특한 점이니...이건 작품을 직접 보는게 좋을듯함.



홈즈라는 인물

아동용 축약본(이 작품 이전에 출판된 작품들)들에선 홈즈가 정의감에 넘치고 신사적인 완소남이며 왓슨은 그의 조수같은 이미지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그렇지도 않다. 왓슨은 그의 좋은 친구이지 조수 같은게 아니며. 홈즈라는 인물은 인간적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근본적으로 '흥미로운' 사건에는 보수 없이도 뛰어들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정의감으로 사건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마약 상습 복용자이기도 하는데, 중독 증상을 보이는건 아니긴 해도 우리 입장에선 기겁을 할 만한 일이다. (아동용 책 주인공이 마약을 하고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 그런것들은 알려져 있질 않았으나 완역본과 함께 제대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아무튼 그래도 홈즈는 대단한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얻고 있는데. 그만큼 인간적으로 느껴져서가 아닐까? 모든 것을 정의의 편에 서서 악에 싸우며, 물욕도 없고 모든 일들을 척척 처리하고...하는 것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관찰력. 추리.

셜록홈즈의 강한 매력중 하나는 그의 '한 번 보면 다 알아맞추는 능력' 일 것이다. 그는 무언가 물건을 보거나, 사람을 관찰한 후 '이 사람(물건)은 무엇무엇에 있었으며 어떠어떠한 성격을 지녔고 어떠어떠한 직업을 가졌다' 라고 줄줄이 읊는데 그게 놀랄만큼 다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이유까지 다 설명한다. 즉, 작가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판타지를 쓰는게 아니라, 엄청나게 머리를 짜내고 짜내 그 추리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물론 독자들이 다 납득할 수 있을만큼 자세하게.
이 방식을 명탐정 코난이라던가 가가탐정사무소 등에서도 모방하여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으나. 물론 이것만큼 완벽하지는 않다. 아니, 코난 도일씨가 원래 의사였다는데 아무래도 직업을 잘 못 선택한 거 아닌가 싶다.



만화판 홈즈

만화판도 종류가 다양하나 여기서 내가 다루는 것은 서울문화사에서 출판된 버전이다. 총 10권으로 이루어저 있으며, 당연히 홈즈의 극히 일부분만 다루고 있다. (한 3~40권 된다면 몰라도..) 장편은 책 1권. 단편은 책 1권당 2개씩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래서 장편은 요약이 심하다)
국내에 나온 만화판 홈즈들은 대부분 아동용으로, 홈즈 자체도 매우 귀여운 캐릭터로 묘사되어 있으나 이 작품은 원작에 충실하게 재연되어 있다. 그림체도 상당히 성년 만화풍이며(시티헌터, 시마과장 등을 상상하시면 됨)홈즈 특유의 밉살스러운 성격도 대단히 훌륭하게 묘사되어있다. 분량 특성상 20개도 안 되는 적은 에피소드밖에 없긴 하나 재미있는 내용은 대부분 다 들어 있기 때문에 만족감은 높다!
이게 홈즈 붐을 타고 완전판까지 나왔으나 시기를 놓쳐 못 산게 안타까울뿐. 아무튼 소설 못지않은 훌륭한 작품이다. 삼국지의 재미를 그대로 살린 60권짜리 만화 전략삼국지와 견줄만하다.




셜록 홈즈는 추리/탐정 이란 분야를 대표한다. 주인공 이름을 작가 이름에서 따와 '코난'이라고 지어버린 명탐정 코난의 경우도 있고 (한국판 남자 주인공2의 이름은 '남도일'이니 참. 코난 도일씨가 살아 있었다면 기절할 노릇이다)괴도 세인트 테일의 한국판 주인공 이름을 '셜록스'라고 바꿔버린 경우 등(저런 단순 바보를 홈즈에 비교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나온 영화는, 한국에선 개봉 되자마자 순식간에 상영이 종료되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셜록 홈즈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추리물이 완전히 찬밥신세인 한국에서 소설이 이 정도로 흥행을 일으켰고, 아직까지도 스테티셀러로 올라와 있으니 말이다.
그 이유중 하나는 어느 정도의 '라이트'성향이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비록 본격적인 추리 이야기는 인기가 없어도 김전일,코난,역전재판등 판타지성이 가미된 가벼운 추리물은 젊은 층에게서 적지 않은 인기를 거두었다. 셜록홈즈는 문학쪽에 가깝긴 하나, 애가사 크리스티씨나 다른 작가의 작품들보다 훨씬 가볍고 경쾌하게 읽을수가 있다. 트릭같은것도 비교적 간단한 경우가 많고, 단순한 사건도 많아 살인과 음모가 난무하는 장면(=자연스럽게 내용을 무겁게 만드는)도 거의 없다.

나 역시 미스테리물을 좋아한다기 보단 셜록 홈즈를 좋아 하는 사람이다. 너무 옛날에 탄생한 작품이라 이차 창작물이 아닌 이상, 다시 그의 활약을 볼수가 없다는건 애석한 일이나. 그만큼 몇 번이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김전일과 코난 좀 보고서 난 추리를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홈즈를 봤다가 실망하는 사람도 일부 있는데.

김전일과 코난은 미스테리물이 아니다.

그저, 추리가 조금 포함된 드라마 만화일 뿐이다. (본격 추리 만화라는건 소년지에 연재될 수가 없다.)



다음 작품 : 소설 - 도련님

http://ttkti.ivyr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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