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정확한 년도가 기억이 안 나서)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손노리의 화이트데이에 쏠려있을때, 나 혼자(는 아니고 한 100명?) 기대하고 있던 게임이 있었다.
제피2. 솔직히 말해 제피1을 그렇게 재미있게 한 건 아니었지만 속편이 나온다기에 왠지 기대가 됐었다.

사실 제피1의 발매도 참 특이했다. 당시 나는 게임 잡지를 즐겨 보았는데. 이 게임은 소개가 전혀 없다가 발매 직전이 되어서야 프리뷰가 실렸다. 잡지 광고도 하긴 했었는지 모르겠다. 발매 된 후에도 조용했고. 그나마 알려지게 된게 PC파워진 번들로 나오면서부터였다. (잡지 기자들은 숨어있는 진주를 파낼 생각을 전혀 안 한다. 이러니 인터넷 웹진에 밀렸던 것이다.)

2도 나온다는 소식만 잠깐 들렸을뿐 전혀 소식이 없었다. 2가 나올때쯤엔 잡지를 안 보게 되었지만, PC통신 게임 게시판은 종종 갔었는데. 소식을 들을수가 없었다. (사실 게임 게시판이라고 해봐야 웹진/잡지의 기사를 그대로 퍼온 수준이니)
그러다 갑자기 발매되었다. 그걸 알게 된것도, 당시에 내가 어떤 게임 쇼핑몰에 매일 방문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예약 판매는 커녕 대문 페이지에 실린 것도 아니고, 그냥 신상품 코너에 조용히 올라와있어서 옛날에 나온 게임을 재 판매 하는것 처럼 보였다.
당시 나는 돈을 마구 쓰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게임도 잘 알지도 못했으면서 그대로 사버리고 말았다. 가격이 저렴한게 이유이기도 했다. (25000원인가 35000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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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소프넷이 게임 산업 정리하면서 이 패키지를 떨이로(3000원?) 엄청나게 쏟아내기도 했다.




화이트데이와의 대결?

악튜러스 vs 창세기전 3 part 2 만큼은 아니지만 호러 게임의 양대산맥이 아닌가? 그래봐야 2개뿐이었지만.
이 게임은 발매 시기가 화이트데이와 비슷했다. 사실 화이트데이의 처음 개발 소식이 나온게 제피1이 나오기도 전이었는데, 막상 개발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이렇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결이고 뭐고 없었다. 화이트데이는 판매량은 어쨌든 간에 불법 복제로라도 유명세를 탔지만-_- 제피2는 나오고 한참 지난 후에도 얘기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불법복제고 나발이고 알려지지조차 못했다. 내가  하다가 몇 번이나 막혀서 인터넷에 물어봐도 아무도 대답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는 사람이 있어야 대답을 하지) 심지어 회사 게시판에 질문을 해도 유저가 워낙 없어서 별다른 대답을 얻지 못해.. 클리어하느라 무지하게 힘들었다. (난이도는 참 괴팍했기때문.)
사실 게임성이 떨어지는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호러 어드벤처라는게. 아니 어드벤처 장르 자체가 국내에선 너무나도 마이너한 장르이고. 회사는 무명했다.
이게 알려지기에는 당시에 공짜로 할 게임이 너무나도 많았다. (물론 불법으로)  이건 board란에 내가 올린 영원의 세계 공식 포기 글을 읽으면 무슨 뜻인지 이해 할 것이다.
사실 화이트데이도 손노리에서 만들지 않았다면 알려지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란 말이다. 억울하고도 슬픈 현실이지만, 이 게임은 불법 복제 조차로도 퍼지지 못했다. 역시 해외 진출을 했어야 돼.



화이트데이와 비교?

비교할 국산 호러 게임이 화.데 밖에 없으니.
아무튼 난 화이트 데이도 나오자마자 정품을 사버렸는데. 그건 얼마 안 하고 곧 봉인. 매각했다. 당시 손노리 팬을 자청했으면서도.
재미가 없다기 보단. 길 찾기가 너무 햇갈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수위를 피해 도망치기가 너무 힘들어서(짜증나서)..이다.
아니, 클락타워도 도망치기밖에 못하지만 그건 밀쳐낼수라도 있지. 이건 뭐 그냥 눈뜨고 좁아 터진 학교 안에서 도망만 쳐야 하니.
패치를 깔면 공격이 가능해진다고는 했지만. 그 아이템을 입수하는데까지 진행하는것 자체가 싫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밀한 비교까진 못하겠지만, 할 만큼은 해봤으니 시스템적인 비교만 해보겠다. (괜히 또 손노리 팬에게 욕먹는거 아닌지. 취향 존중.)

일단 1인칭인 화이트 데이와는 달리 이 게임은 3인칭이다.
사실 대부분의 호러 어드벤처은 모두 3인칭이다. (이유는 최초의 호러 게임(이자 대성공한) 이라고 할 수 있는 어둠속에 나홀로가 3인칭이었으므로. 라고 생각된다.)
조작감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카메라 전환은 조금 문제가 있었던것 같긴 하나(한지가 너무 오래돼서;;) 그렇게 문제되진 않았다.
그리고 이 게임은 공격이 가능하다. 바이오 하자드처럼 총이 있다. 단,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형편없는 위력의 권총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액션 게임을 기대하는건 큰 실례이다. (타격감도 별로)
또한, 체력 말고도 정식력 게이지가 있어서 정신력이 떨어지면 '정신력 회복 아이템'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므로 매우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제대로 컨트롤만 하고 세이브/로드만 잘 하면 큰 위기는 없다.
그래픽을 비교하면. 화이트 데이가 더 앞선다. 왕리얼 엔진이란 이름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이걸 팔았어야 했는데..이 망할 시장.) 개발 기간도 워낙에 길었으니..(초창기 프로모션 동영상을 지금 보면 경악밖에 안 나온다)
둘 다 음성이 있고. 단, 화이트 데이는 거의 풀음성으로 기억하는데 이건 동영상에만 음성이 있었던가 그랬다. 아무튼 풀음성은 아니다.(혼자 돌아다니는게 많아서 대사량이 적기도 하다. 하지만 제피 혼자서 열심히 혼잣말을 해대는데, 거기에는 대사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
스토리는 화이트 데이를 얼마 안 해서 비교 불가. 단, 제피2의 스토리는 그다지 뛰어난건 아니다. 특히 엔딩 부분은 정말....이건 취향 차이고 뭐고 아니야!!80년대 어드벤처도 아니고.
그 외, 화이트 데이는 온리 실시간 랜더링 영상이지만, 제피2는 mpg방식의 동영상 파일을 중간 중간에 삽입했다. 그러나 이게 상당한 문제를 동반하는데..그건 단점 코너에서.



제피2...

스토리는 전작에서 이어지긴 하는데 안 해봐도 큰 무리는 없다. 일단 8년인가하는 큰 시간 차이도 있고 주인공도 다르고.
플레이어는 제피를 움직여서 사건들을 헤쳐나간다. 단, 이 녀석은 정신적인 치료를 받던 중인데(전작에서의 무시무시한 일들로) 그런 이유로, 정신력이 떨어지면 환각 증세가 일어난다. 그래서, 체력 말고도 정신력을 신경 써줘야만 한다.
사실, 그 환각을 극복하기만 하면 정신이 말끔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환각이 매우 다양해서..금방 클리어할 수 있는(?) 환각도 있는가 한편, 자칫하면 게임 오버가 되는 일도 있다. (미니 게임과 결부한 스타일인데, 솔직히  미니 게임으로의 가치는 없다;) 이게 이 게임의 특징이기도 하면서, 불편을 많이 동반하는데. 사실, 중반 이후엔 환각 컨트롤법과 세이브만 잘 하면 정신력 회복약은 별로 필요없을 것이다.
오직 약만으로 클리어하겠다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어드벤처 게임이니 당연히 길 찾기 및 던전 해메기가 존재하는데. 길도 모르는 상태로 정신력 채워가며 헤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난 이 게임을 재미있게 하긴 했지만 호러 요소는 별로 없다.
상당수의 시간을 혼자 폐허가 된 마을을 돌아다녀야 하긴 하지만, 크게 무서울건 없다. 귀신도 있고 좀비도 있지만. 귀신이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어둡고 좁은 공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밖을 돌아다닐때가 꽤 많다.)
귀신이 공격을 해서 체력이 떨어지면 무섭다기 보단, 오히려 화가 난다. '이런 허접한 공격에 당하다니!!' 라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하나.

그 부족한 호러를 커버하는게 바로 '놀람' 이다.
제피1때도 그랬던 건데. 무언가를 조사했는데 갑자기 해골이 튀어나온다거나 하는 깜짝 놀랄만한 효과를 넣는 것이다. 이런건 깜짝 놀라긴 무지하게 깜짝 놀라는데, 솔직히 공포는 아니잖아? 무슨 흔들다리 효과인가 하는 그런건가?
무슨 심장마비 일으키긴 딱 좋은 이런 효과들은 차라리 안 넣었으면 했다. 이건 노약자나 심장 약한 사람은 해선 안 된다. 무섭진 않고 식겁하기만 하다? 



그래도 재밌다.

재밌는 이유를 들라면. 그런거 없다. '재미없을 이유가 없다' 라는 느낌이다.
액션도 밋밋하고 호러도 별로지만. 어드벤처 요소만으로 충분히 괜찮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두근두근 거리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그런 느낌 이랄까?
난이도도 적절해서, 적당하게 게임 오버 된다(?) 총알이 부족할때가 너무 자주 생긴다거나, 총알이 너무 넘쳐서 난사하고 다닌다거나 할 일도 없다. 그런 밸런스는 잘 맞춘것 같다.
그래픽도 마그나 카르타 (물론 PC용) 보다 조금 더 좋게 느껴진다. 미라 스페이스의 규모와 경력, 당시 시기를 생각해보면 대단한 수준이다. (게다가 마그나 카르타처럼 쓸데없이 줌 인을 크게 하지도 않아서,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동영상 기술도 훌륭해서, 엔딩 직전의 동영상을 보면 이건 거의 (당시 최고의 동영상 기술을 자랑했던) 소프트 맥스급이다. 마그나 카르타가 말이 많긴 했지만, 동영상만 놓고 보면 창세기전 3-2나 마카는 굉장한 수준이다. 문제는 엔딩 직전에만 잠깐 나올 뿐이고, 그마저도 플레이 시간이 너무 짧다.
그리고, 조작감, 사운드 등. 나쁘게 느껴질만한 요소가 없다.



단점

설마 단점 없는 게임이 어딨겠는가. 플레이 타임 1시간짜리라면 몰라도.
이 게임의 단점은. 위에서 조금씩 다 말했는데. 일단 액션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전투는 많이 일어나고 회피하기가 쉽질 않다. 무기도 권총뿐이 없어 매우 단조롭고 지루하다. 조작감은 나쁘지 않지만, 총으로 적을 맞추기는 쉽질 않다.
그 외 호러 요소가 부족하고 스토리가 떨어진다..등등은 위에서 다 말했으니 생략한다.
또 문제가, 무리하게 용량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 게임은 CD 1장이다. 그러나, 무슨일이 있어도. 게임 가격을 천 원 올리는 한이 있어도 2장으로 나왔어야 했다. 애당초 2D RPG도 CD 2~3장씩 하던 당시에 CD 1장짜리 어드벤처는 무리였던 것이다. 게다가 동영상도 있는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동영상 용량을 무지하게 줄여버렸다. 당시에는 divx나 mpeg4같은 기술도 없었고, PC성능도 떨어졌다. 저 용량 고 화질같은건 생각도 못하던 시기다.
그래서 화질이 매우 형편없다. 너무 형편없어서 그냥 실시간 리얼 타임 영상으로 처리했으면 나을뻔했다고 생각되는 수준이다. (어차피 인물 모델링이나 그런건 리얼 타임 그래픽에 비해 별로 나은것도 아니다.) 화질이 거의 악튜러스(오프닝 말고 삽입동영상)나 서풍의 광시곡에 삽입된 동영상정도? 저 게임들을 해본 사람이면(기억은 할지 모르겠지만;) 동영상 화질이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건 플스2 시대에 나온게임인데 이 정도 화질이면 어떻게 하니..
그래도 맨 마지막 동영상은 퀄리티도 급상승하고 화질도 깨끗한데. 맨 마지막에만 있다는게 너무 아쉽다.



마치며

미라스페이스는 이 게임 이후로 소식이 없다. 사라진 것이겠지..
패키지 게임 제작사들은 모두 사라지거나, 온라인 게임을 만들거나, 온라인 게임을 만들다가 사라졌는데. 이 회사는 전자인 모양이다.
그때 당시 홈페이지에선 무슨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어드벤처 게임인가 온라인 게임을 만든다고 소식이 올라왔었는데. 제피2가 이렇게 망했는데 개발비가 있었을리가 없다. 소속사인 그리곤 엔터테인먼튼가 하는 곳도 망한것 같고.

덧붙여서
가람과 바람 (씰, 나르실리온) - 온라인게임 씰 온라인 제작.
가마소프트 (미사이어, 제노에이지) - 온라인 게임 제작 전향.
손노리 (포가튼사가,화이트데이) - 카툰레이서, 트릭스터,노리맥스 영웅전 등 온라인/모바일 게임에 박차를 가했으나 줄줄이 망하고 회사 분열
그라비티 (악튜러스) -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제작 (이게 대박이 나서 줄줄이 패키지->온라인으로 가는 계기가 되기도..)
하이콤 (코룸) - FEW와 합병후 이소프넷이라는 망할 회사가 되어 드래곤라자 온라인등을 제작했으나 실패 후 게임 다 싸게 처분하고 공중분해된듯.
오픈마인드 월드 (리플레이) - 한국 패키지게임이 모두 망할때까지 꿋꿋하게 다운로드 판매까지 해가며 리플레이5까지 제작했으나 결국 홈페이지도 사라지고..
미라 스페이스 (제피) - 행방불명?

이외에도 많지만 얼른 기억이 안 난다.
나는 내가 주목하고 있던 회사들이 모두 하나같이 온라인으로 전향해가는걸 실시간으로 봐왔다. (아마 다들 불법복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를것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 만들고 싶어서 만드는 것도 아닐텐데.
아무튼 유일하게 살아남은것이 소프트맥스다. 마그나 카르타를 발매했을때 이미 콘솔계로 전향을 준비하던 안목있는 회사.(하기야 다른 회사도 생각을 안 해봤겠는가. 제작비가 부족했겠지) 한땐 소프트맥스 재팬까지 차리고 본격 일본 진출까지 노리고 있었는데..조용히 사라져버린게 안타깝다. (4leaf 운영에 돈을 너무 많이 날렸다고 본다.)

(그리고.
http://news.danawa.com/News_List_View.php?nModeC=6&sMode=news&nSeq=1519087
난 이 기사같지도 않은 기사를 보고 부하가 치밀었는데.
소프트맥스가 게임을 잘 만들고 못 만들고를 떠나 한국에서 저만한 제작사가 나왔다는게 신기한 일이다. 이 거지같은 시장에서 패키지 게임을 계속 제작하는 기적을 만드는, 사막에서 꽃을 피워나가는 기적을 만들고 있는 회사란 말이다.
반론을 준비했지만 반론할 가치도 없는 기사라서 그만두었다. 왠지 패키지 게임 만드는걸 바보 취급하는 기분이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클락타워3나 사일런트 힐3 보다도 재미있게 했었다. (물론 지금 다시 하면 어떨지는 모르겠다)
한때 덤핑으로 엄청 싸게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 플레이하면 재미가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비운의 작품은 다운 받아서 하지 말고 좀 사자. 스타벅스 한 번 안 가면 산다.



다음 작품 : 소설 - 대안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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