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 대해선 나올 당시부터 소문은 들어왔지만 관심은 없었다.

일본 문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시작한게 군 복무 시절이었는데. 당시 보직 특성상 인트라넷을 어느정도 다뤘었던 나는,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었고, 거기에서 상당수의 일본 문학들을 알게 되었다. 기욤 뮈소라던가 아멜리 노통브 등 다른 작가들이나 아내가 결혼했다 등의 한국 문학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일본 문학이 상당수를 차지했고, 리뷰가 올라온 몇 몇 작품들은 너무 보고 싶은 것이었다.
그리고 일병때 책 두 권을 사게 되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전차남' 이었다. 평도 평이지만, 둘 다 입대 전부터 어느정도 소문을 들었던 책이라는게 큰 이유였다.
둘 다 엄청나게 재미있었지만 지금 만나러..는 나중에 다뤄보도록 하고 일단 전차남부터 얘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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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의 사랑이야기?

이 책을 소포로 반입했었는데. 당시 당직 사관이 뜯어보고는 근무서면서 읽겠다고 이 책을 가져갔다. 그리고 하루만에 돌려받았는데 내게 '야. 재밌더라. 주인공이 아주 니 같던데? 너도 포기하지마.' 라고 하는 것이었다(젠장)
사실 이 책이 게시판에 있는 글을 캡춰 붙여넣기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재미있게 읽었다는게 좀 놀라웠다. 하기야, 그러니까 일반인들에게도 어필 할 수 있었겠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는 잘 알려져있듯이 오타쿠와 완소미인의 사랑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이야기인데. 인터넷 게시판 2ch에 실시간으로 올라왔던 글이라는 점과 실화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책 100만부 돌파. 드라마,영화화에 만화도 몇 종류나 발간되었다. 원래 이런 원작이 있는 내용은 B급 작가(대표적이 없고, 보통 해당 작품으로 장편 데뷔하는)가 만화로 만드는게 보통인데, 뜻밖에도 1급 작가인 하라 히데노리씨가 이 상술에 동참해서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그중에서 한국에만 4종류가 발간되었다. 죄다 서울문화사에서. 물론 망했다. 어이가 없는게, 하나가 뜨기 시작하니까 다른것도 발매한게 아니라 무턱대고 한번에 4종류를 발매한것이라는 거다.) 고전 문학도 아닌데, 같은 내용으로 몇 개나 만화로 나온다는건 참 희한한 일이다.
(만화판도 읽어볼까 했지만. 막상 소설(엄밀히 소설은 아니지만 마땅히 붙일말이 없어서 소설이라고 표기하겠다.)을 읽어보니 다른건 도저히 읽기가 싫어서 그만두었다. 이걸 어떻게 다른 장르로 만드냐.)

또한, 이 일 이후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사례들이 출간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이전에도 개인이 자신의 사이트에 재미있는 사건들을 스크랩해서 올리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출간은 아마 이 일이 처음일 것이다. 이 이후로 게시판 글 -> 출판 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고. 간혹 드라마화 되는 경우도 생긴다. 굳이 2ch이 아닌 지식인 같은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 출판된 사례도 있다. 내공 냠냠 투성이인 한국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일이다.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알려져있는 그대로이다.
하지만, 분명히 재미있다. 그 이유중 하나는, 역시 실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긴 해도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라는 점이 더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게 유저들의 반응이다. 유저들이 적절하게 남기는 다양한 이모티콘과 대사들은 웃음을 절로 불러 일으킨다. 전차남이 여주인공 에르메스가 무밍(인터넷 검색 참조?)을 닮았다고 하자, 재빨리 무밍의 얼굴을 그려 올린다거나, 전차남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다가 난데없이 애니메이션 프리큐어를 보러가자 사람들이 절규를 쏟어낸다거가 하는게 굉장히 재미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아무짝에도 영양가 없는 글들이 올라오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즐겨 찾아, 잡담 글을 읽으며 즐거워하지 않는가? 그런 경우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사건중에 하나를 출판했으니 당연히 재미있을수밖에 없는 것이다.



번역 어떻게 좀 부탁...

초반에 역자의 말은 한바닥이나 되면서 이 투 채널이란 것에 대한 설명이 너무 없다.
2ch은 게시판 구조가 상당히 특이한데. 그런 설명이 전혀 없다 보니 알아서 이해해야 할 수밖에 없다. (보다보면 대충 감이 오지만..인터넷을 거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러긴 할지나 모르겠다.)
또, 게시물 중간 중간에 게시판의 이름이 몇 번 언급되는데 (꼬깔 모자를 준 무밍) 그것에 대해 설명이 전혀 없으므로 처음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고 넘어갈 것이다. 그런 식으로 존재하는 개그 요소가 많이 사라진게 아쉽다. (원작을 그대로 배껴와서;; 서울문화사에 원작을 능가하는 번역을 기대하는게 무리인가.)



픽션인가? 진실인가?


일단 주의할 것. 나는 전차남이라는 글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 환상을 망치는 어떠한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다면 지금 그냥 백 스페이스 누르는게 좋을 듯 하다. (어차피 이 이야기가 마지막이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
이 전차남은 대 히트를 거두었지만 사실 논란이 많다. 진짜인가, 아니면 '전차남' 이 쓴 가상의 시나리오인가 하는 것이다.
만약 픽션이라면 이건 일본 열도를 낚은 대 낚시이다. 사실 이렇게 히트를 쳤는데 낚시가 아니라는 논란이 없는게 더 이상하다.

내용면에서도 픽션이란 증거가 몇 개나 있다. 애초에 20대 중반인 히로인 '에르메스' 라는 여성이 트윈 테일 머리(양갈래 머리)를 하고 데이트에 나왔다고 하질 않나.(10대 애들, 혹은 게임상에서나 나오는 머리) 사람들이 코디해주려고 스팩을 물어보면 계속 '아키바짱...OTL'(아키하바라 패션) 이라고만 얼버무리질 않나. 역무원의 대응도 믿을수 없을 정도로 허접하고..(전차남등에게 치한을 맡기고 사라짐. 이 사건이 유명해졌으니 대 문책을 당해도 이상할 것이 없음.) 100만부가 넘는 대히트를 거두었으니 언론에서 그의 모습을 취재하려고 안달을 했을텐데 정보 하나 공개 되지 않은것도 이상하고..자세한건  http://f41.aaa.livedoor.jp/~outerdat/  사이트 참조.

따지고 보면 처음 만남부터가 이상하다. 흔히, '전차남이 전차에서 에르메스를 구해주었고, 에르메스가 호의를 품고 진행된 사랑.' 이라고 알려져있으나.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르다.
내용을 읽어보면
'술 취한 아저씨가 아줌마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어서, 그걸 소심하게 말리다보니, 아저씨가 열받아서 주먹을 휘둘렀는데 그게 빗나가서 옆에있던 아가씨(에르메스)를 때렸다. 시비가 어느정도 진정이 되고, 아저씨는 파출소로 gogo. 아줌마들과 아가씨가 고마워하며 연락처를 물어보기에 알려줬더니 나중에 컵이 보답 선물로 오더라.'
라고 되어 있다. 내용이 스피디하게 전개되서 첫 번째 읽을때는 나도 눈치 못 채고 넘어갔는데. 가만히 보면 에르메스가 고마워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자기에게 시비를 걸어왔던 것도 아니고, 전차남이 어설프게 말려서 오히려 아저씨한테 맞았다. 전차남한테 화를 내고, 전차남이 미안해해도 부족할 상황인데 고마워하며 컵을 선물? 그것도 에르메스제?

사실 책에서는 좋은 얘기만 퍼왔지만. 실제 게시판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당연히 2ch도 인간이 사는 게시판인데 '질투 섞인 글''광고들' 도 많이 올라왔고. 소설 의혹 제기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려는 편집자에 의해 모조리 묻혀진 것이다.



사실 그것 말고도 커다란 은폐가 있는데. 사실 이 책을 보면 마무리가 어색하다. 끝내다가 만 듯한 느낌인 것이다. 이렇게 '안녕!' 하고 게시판을 탁 닫아버리는 인간들이 세상에 어디있겠는가?
원래 게시판을 보면 그 이후로도 +1일동안 전차남이 글을 남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편집되었다. 왜 그럴까?

그 부분이 굉장히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보면 전차남이 에르메스와의 성교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나열해두고 있다. 지금까지 전차남의 이야기에 몰입했던 사람들도 '어라? 이건 좀 이상한데?' 라고 정신을 차리고 전차남을 말리고 나설 정도였다. 그러나, 에르메스가 바라는 일이라며 꿋꿋하게 전차남은 글을 올렸고. 묘사 자체는 별로 야한것도 아니지만 연인과의 H한 행위를 그대로, 그 전차남 특유의 현실감 넘치는 말투로 중계를 해버렸다는건 상당히 난감한 일이었다. 사생활 문제도 있고, 초딩들도 들낙거릴 수 있는 게시판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순수하고 어색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와는 너무 내용이 달라졌고. 그래서 싹 편집이 된 것이다. (전차남 자신도 넣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전차남이 상업을 위해 포장된 부분이 상당수 있다. 그것을 모두 감추고 영화 드라마 만화 등등 미디어믹스를 마구마구 탔지만 뒤에 감춰진 어둠을 보면 좀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런걸 다 숨기면서 '이건 순수한 이야기!' 라며 돈을 벌고 있는 그들(출판사 드라마 업체 등등)을 보고 있으면..



그래도 사람들은 말한다. '전차남이 한 말은 모두 낚시더라도 네티즌들이 도와준건 실화 아니냐?' 물론, 비방과 폭력이 난무하고 현피, 동반자살, 성폭행등 온갖 문제 투성이인 인터넷. 그것도 별의 별 인종이 모이는 2ch이란 곳에서 이런 감동적인 일이 일어난건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이거 정말 100% 실화일까?

여기서 2ch이란곳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2ch은 완전 익명이다. 로그인이고 나발이고 없이 (DC인사이드처럼) 글을 쓸 수 있고. 아이피가 기록에 남긴 하지만 표시가 되질 않는다. 게다가 보통 게시판은 당연히 이름 쓰는 란이 있지 않는가? 그러나 2ch은 이름을 안 써도 된다. 디폴트 네임이라고 해서. 기본적으로 등록되어 있는 이름이 있기 때문에, 아무 이름도 안 쓰면 기본 이름으로 표시가 된다. (DC랑 비교하자면. DC는 원래 디카 사이트이므로 사진을 첨부해야 글을 쓸 수 있지만, 짤방이라고 해서 게시판마다 기본적으로 디폴트 사진이 있다. 아무 그림도 첨부 안 하면 그 그림이 뜨고, 실제 자기가 찍은 사진 등록하는 유저는 1%도 안 된다.)
디씨에서 대부분 짤방을 사용하듯이 (기뮤식이 사진 첨부 방식을 폐지하지 않는다는게 참 신기할 뿐) 2ch에서도 대부분 이름 등록을 안 하고 디폴트 네임을 쓴다. 실제 전차남이 처음 글을 남긴것도 디폴트 네임이었다. 그러다 나중에야 전차남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것. 그렇기때문에 혼자서 일인 다역 하기가 매우 쉽다. 마음만 먹으면 게시판의 분위기를 어느정도 스스로 조절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증거도 없고..ip대신해서 영숫자 조합의 id라고 뜨는게 있긴 하나..그것도 유동이기 때문에 뭐라고 장담할수만은 없다.

애초에 처음에 별일 없을때부터 사람들의 호응이 너무 좋았고...요약 사이트에도 너무 빨리 올라왔다 한다.
요약 사이트란 전차남이 글을 올린 게시판의 글을 요약해서 올린 사이트를 말한다. 전차남이 글을 올리는동안(2달) 해당 게시판에 글이 올라온것만 수만개가 된다. 그걸 다 읽기도 힘들고, 2ch은 원래 기간이 지나면 옛날 게시물들은 삭제가 된다. 그렇기때문에 핵심 글들만 모아서 요약을 해 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전차남 이전에도, 규모가 작긴 했지만 이런 실화 이벤트들을 모아서 요약하여 개인 사이트에 올리는 경우가 있었다.)사실 전차남이 유명해진건 그 요약 사이트 덕분이다. 책도 그 사이트를 기반으로 출판되었고.
그런데 전차남이 그렇게 별다른 활약?을 하지 않을때부터 그 사이트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나..그런 의혹도 있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픽션일 확률은 한 60% 정도 된다고 본다.)

만약 이 이야기가 픽션이라면 가치가 훨씬 추락할 수밖에 없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사실 캐낚시고 그냥 올림픽 보고 만든 픽션' 이라고 감독이 말했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떻겠는가?
실미도가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가슴 아프게 다가올 수가 있겠는가. (사실 이것도 왜곡이 많긴 하다. 그나마 진실을 어느정도 드러냈다는점에서 높이 칠만 하지만.)
또 워낭 소리는 어떤가? (이건 감독이 뻥을 상당히 쳤다지만 제대로 공표를 안 해서 사람들은 그저 실화인 줄만 아니까...)

우리나라 웹툰이나 '드래곤 라자','그놈은 멋있었다'처럼 일본에서도 '블로그' 나 '모바일 소설' 등의 연재물이 출판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 몇 개는 (특히 블로그 연재물) 픽션임에도 마치 실화인 마냥 연재되었던 것도 있는 것 같다. (팬들이 혼자 착각한건지, 아니면 관심을 위해 작가가 낚시를 한 건지) '연공' 이라던가, '부녀자 그녀' 라던가..
이런건 출판될때 확실하게 진위를 밝혀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돈벌기 위해 실화인 것처럼 꾸민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출판사도 어떻게든 더 팔려고 그 사실을 감추고..
내가 의심병이라고 말할 수도 지만. 나로서는..저자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이 더욱 이해가 안 된다. 하도 주변에 사기가 널려 있는 것을 봐서 그런지..(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테니 말하진 않겠음;)
실화라고 말하는 의심스러운 작품이 있을때 독자로선 두 가지 선택이 있다. 한 가지는 이건 사기다. 그냥 픽션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라는 생각으로 보는 것.
하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약간의 의심을 지워버리고 그냥 '오!! 믿습니다!' 의 길을 선택하는 것.
선택의 자신의 몫이다. 뭐...사이비 종교도, 다단계 아니고, 믿는다고 문제될 건 없으니.

그래도 '네티즌들의 반응'은 충분히 볼 만하고.(만약 전차남이 조작했다고 해도 기껏해야 초반 뿐일것이다. 그 수 많은 글들을 어떻게..) 그것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보지만.(사실 네티즌들의 반응이 진짜 백미가 아니겠는가...그러니까 책의 80%가 네티즌의 글이고..) 진실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선 좀 기분이 그럴수밖에 없다..
또한, 국내 출판사 서울문화사도 그런걸 싹 감춘채 출판했으니..미안하다. 당신들에게 뭘 바라겠는가.



마치며

tolk란 특성상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지만 이 작품은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상업화에 신경쓴 다른 미디어 믹스 버전이 아닌 네티즌들의 활약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이 원작은.
인터넷을 보고 모든 게시물을 다 읽는게 100%로 즐길수 있는 방법이지만, 그건 시간상 무리(게시글이 1만개가 넘는다..)이고. (조금 꾸며진 면이 있긴 해도) 이 책을 보면서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낚시든 뭐든 간에 어찌되었든 인터넷에서. 그것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 익명의 게시판에서 이런 훈훈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 만으로도 이 이야기는 기분 좋게 다가올 것이다.




다음 작품 : 게임 - 제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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