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현재 보류
남의 일은, 나의 이 범죄가 난무하는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의 결정판이다. 무시 무시한 연쇄 살인 사건보다도 연예인의 자살이 더 커다란 관심과 충격을 낳게 되는건, 살인 사건쯤은 '남의 일'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한이 아닌 범죄도 엄청나게 많다. 우연히. 아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는 사건들도 많다. 그렇다. 당신이 지금 살아있는건 그 '우연' 에 걸려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그런 희생에서 벗어나면, '피해자에게도 원인이 있을거야. 그러니까 죽은거고, 나는 안 죽어.' 라고 피해자를 공격하며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이건 옛날에 있던 '제물' 과도 같다. 당시 가뭄이 심하거나 할때 사람들은 하늘이 노했다며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칠때가 있었다. 옛날 이야기들을 보면 괴물이 '처녀를 바쳐라' 라고 하면 마을 사람들이 상의를 해서 1년에 처녀 한 명씩을 바치거나 하는 일도 많다. (용사가 등장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더러운 이야기이다.)
남의 자식이라면 죽든 말든 조금 마음이 아플 뿐이겠지. 안 바치려고 하면 마을을 망하게 할거냐며 몰아붙이겠지. 하지만, 자기 자식이라면? 틀림없이 죽을만큼 내주기 싫을것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다수가 압박을 해오는데 자기 가족 몇 명으로 지킬수 있을리가 없다. 오늘도 다수결의 논리에 희생되어 간다....이런 엿같은 일이 있는 것은 남의 일이기 때문.)
이 당시에 내가 겪었던 두 가지 일이 이 글을 창작하는 동기가 되었다.
첫번째는 소설 '모방범'을 읽으면서 느꼈던 충격이다.
모방범이라는 소설에서 작가가 토해냈던 사상은(곧 tolk에서 다룰것이다) 내가 이 사회에 대해 느꼈던 감정과 거의 일치했다. 글에선 어떤 특수한 강력 범죄를 다루고 있고, 그 연쇄 사건에 일본 국민 모두가 낚여서 퍼덕이게 되는데..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읽으면서 뻔뻔스러운 범인의 태도에 분노를 느끼고, 내가 바라는 전개가 아닌 더럽고 울적한 일들만 반복되어 울컥하면서도 끝까지 읽게 되는건. '만약 내가 작품 배경 내의 일본 국민 A였다 하더라도 똑같이 낚였을 것이다.' 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현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용을 말해버리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사람이란 자신이 범행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겁을 먹고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다.' 고 주장하며 '나는 이러이러한 것을 하지 않았으니 절대 죽을 일 없다.' 고 말하며 현실에서 눈을 돌린다.' 같은, 내가 어렴풋이. 혹은 확실하게 생각을 하고 있던 내용들을 냉철한 묘사로 나타내는걸 보면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강호순 사건때도 '차에 탄 피해자도 문제가 있지.' 라는 비정상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난 강호순이 하는 변명을 정말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이상하다.)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가 죄인이 되는 현실. 지역감정도 마찬가지다. 또 OO 인가? 거기 놈들은 범죄자밖에 없어. 어쩌고 떠드는 놈들은. '난 거기에 살지 않으니까 안심이다.' 라고 격렬하게 자위하는 것에 불과하다.)
둘째는 대학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수업에서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에 대해 다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모 방송국에서 촬영한 삼풍 백화점 특집 방송을 보여주었는데. 95년 당시 너무 어려서 잘 몰랐던 나에게는 경악할만한 사실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건 사고가 아니라, 몇몇 경영진이 일으킨 살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더 경악할수밖에 없던건 학생들의 태도였다. 붕괴 원인에 대해서 나오고 있는데, 그들은 중간중간 소리내어 웃어가며 보고 있었다.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20살이 넘은 대학생들이(군필자도 상당수) 수백명을 사망으로 몰고간 대한민국 최악의 인재를 보고 낄낄대며 쳐웃고 있었다. 중간에 한 외국인이 나와서(건축 관계자) '이런 건물을 짓는것도 쉽지 않았을 것.' 이라고 한탄하는걸 보고도 웃어대는걸 보니 참...니들 안 쪽팔리냐? 우리나라 병신같다는 얘기야.
나는 그때 생각했다. '과연 이 사건으로 너네들의 가족이나 지인이 죽었었다면 그 따위로 웃어댈수 있었을까?' 라고 말이다. 그리고 남의 일의 구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쓰면서 느꼈지만, 정말 쓰기도 어렵고 재미있게 만들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금 포기하게 되더라도 언젠가는 꼭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다.
이 작품을 지금 홈페이지에 1화를 올렸는데. 사실 7~9화정도 쓴 상태다.
하지만, 내용 전면 수정도 검토중이다. 내용이 재미가 없는 것이다. 소설 모방범은 충격적이면서 몰입이 상당하다. 결국 소설 자체의 흥미가 없으면 아무도 보질 않는다.
그래서 싹 리셋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