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단지 4컷만화라는 이유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음이었나? 어딘가 포털 사이트에서 이 만화를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나는 거기서 이 만화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어느정도 읽은 후에 곧바로 구입을 결심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국내에 발매된) 전권을 사버렸는데, 이게 비주류 책이라 그런지,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책들이 보내져왔다. 습기차고, 젖었다가 말린듯한 책이 상당수. 어떤 책들은 제대로 펼쳐지지도 않았다. 볼 수는 있지만 읽다가 갈라질것만 같은 느낌. 또, 종이가 뜯어지는 책도 있었고..당시 여름이었고, 홍수가 났던 시기라 그런지 몰라도 영 아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상태가 영 메롱인 책들을 교환 신청했는데, 어이없게도 새로 온 책들은 대부분 매우 깨끗했다. 젠장. 전권 교환할걸 그랬다. 잊지 않을 거다 코믹스톰.


아무튼 이 만화는 4컷만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단행본이 굉장히 많이 나와있다. 일본에는 무려 29권이나 나와있고, 계속 연재중이다. 한국에는 그중 12권까지만 나왔다. (아마 재 발매 되는 일은 없을것이다.) 4컷 만화의 느린 페이스에서, 10년이 훨씬 넘게 연재되어 이 정도 분량이 나온 것이다.
4컷 만화가 장편이 되기 힘든 이유가, 1. 연재량이 적다. 아이디어 만화이고, 한 회에 몇 편이나 실리기 때문에 연재 한 회분량이 다른 만화의 절반도 되지 않고, 원고료도 그만큼 낮다. 2. 아이디어의 한계가 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수많은 아이디어를 내는게 쉽지가 않다. 한 page에 2개의 만화씩 단행본 하나에 200개가 넘는 아이디어. 중복되지 않게 하려면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들어, 단행본이 많이 나온 편인 '여동생은 사춘기'의 경우 아이디어가 중복되는게 상당히 많다. 한 3권에서 끝냈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런 분량을 그려냈다는건 대단한 것이다.



OL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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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국내의 성인 순정 만화 잡지 나인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성인층을 겨냥한 잡지답게, 학원물보다 어른들의 세계가 배경인 만화들이 주를 차지하는건 당연한 일. OL진화론 역시 회사가 배경이니만큼 적절한 선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OL이란 일본 고유의 용어인데, 오피스 레이디의 준말로. 말 그대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여직원이라고 번역하면 간단하지만, 관리직에 있는 여성들은 제외하고 사무 직원, 혹은 잡무 담당 직원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확실하진 않다.)
아무튼 그걸 의역하지 않은채 그대로 발매한건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제목을 본 한국 독자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읽어볼 생각을 안 할텐데? 그런 걱정은 안 했는지. 게다가 제목의 글씨를 일본판 폰트를 그대로 사용하여 한문으로 되어있다. 한글로도 조그맣게 적혀있긴 하지만, 최소한 진화론 만이라도 한글로 바꿔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그리고 책 뒤에, 무슨 어쩌고 OL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라고 써있는데. 그런 내용도 전혀 아니고. 일본 원판의 원 소개글이 그랬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정말 내용이랑 하나도 안 어울리는 개떡같은 소개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는 반응이 없었던게 당연하다. 게다가 책표지만 보면 좀 기괴한 느낌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나인에 연재되었기 때문에 12권까진 나왔지만, 그 이후로 발매 중단된것은 나인이 폐간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나인이 폐간되었어도 인기가 많았다면 계속 나왔겠지만, 그렇지도 않았을 거란 말이다. 단행본이 얼마 안 된다면 그래도 끝까지 냈겠지만, 적지 않은 분량인데다가 계속 연재가 되고 있었으니..서울 문화사란 곳이 책임감 있는 회사도 절대 아니고 말이다. (니들이 이따위로 찍어내다 말았으니 다른 출판사에서 건들 엄두도 못 내고..)
애초에 한국 만화 시장에선 4컷 만화라는게 마이너하기도 하고, 나인 자체가 그렇게 인기 있는 잡지도 아니었고.
이런 대단한 만화가 그런 식으로 사라져버린게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최고의 4컷 만화

개인적으로는 4컷 만화중 최고로 꼽는다. 물론, 저 아즈망가 대왕도 대단하긴 하지만, 캐릭터의 힘이 강했던것도 사실이다. 특히 후반 4권은 캐릭터 만화라고 할 정도로, 4컷 만화만의 재미가 부족하다.
아즈망가에서 정말 재밌다고 생각되는게 3~4개의 4컷 만화중 1개라면, 이 만화는 거의 다 재미있다. 그것도 캐릭터성이 강한것도 아니다. 특별히 캐릭터의 매력이 강한것도 아니고, 실제로 앞의 몇 권을 읽어도 주연 캐릭터 이름조차 모를 수가 있다.
OL의 얘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신 캐릭터도 딱 한 번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고, 분명 주연급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부터 보이지 않게 된 사람도 있다. 어떻게 보면 그냥 그런거 생각 안 하고 막 그린 만화인것도 같지만, 어쨌든 재미는 확실히 있다.
그런데, 이게 초반 1~2권만 아이디어가 폭발했다가 후반 갈수록 재미없어지는게 아니다. 12권까지도 확실하게 재밌다. 등장 인물들 몇 몇이 조연/주연으로 구분되면서 더욱 완성도가 높아지는 느낌이다. 이런 내용을 어떻게 이렇게 많이 생각하나 싶을 정도다.

OL진화론이라는 제목 답게 배경의 50% 이상이 회사이고, OL의 얘기도 많지만 OL과는 아무 상관없는 10대나 남자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공감 포인트도 사회 전체에 맞춰져 있는 것도 많고, 복잡한 파벌 싸움이나 회사 내 사정같은것 없이(시마과장?) 유쾌하게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완전한 판타지는 아니라, 예전에 국내 소감중에서도 회사다니는 여성이 매우 공감갔다고 남긴 말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만화의 개그 포인트중 하나는 소제목에 있다고 본다.
통상적으로 네컷 만화는 각 만화마다 제목이 붙어있다. 이 OL진화론 역시 마찬가진데, 어떤 만화는 내용을 봐선 별로 재미가 없거나 이해가 안 갈때가 있다. 그럴때 제목을 보면 갑자기 모든 것이 싹 이해되고 굉장히 웃기는 것이다. 이걸 말로 설명하니까 너무 어려운데, 리스 아키즈키씨가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물론, 모든 소제목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정말 절묘하게 지어진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소제목을 먼저 보고 만화를 보면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사실 대부분의 4컷 만화라는 것들을 보면. 한숨만 나오는 퀄리티가 많다.
이건 뭐 재미도 없고, 스토리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4컷 만화면 4컷으로 내용이 끝나야지, 제대로 끝나지도 않고 다음 만화로 이어지는건 또 뭔데? 그냥 똑같은 표정 몇 번 반복하다가 허무하게 끝나는 것만 나열되고..등등. 어떻게 이런게 담당 기자와 편집부에게 OK받는지 희한한 만화도 많다.
그에 비해 이 만화는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한국에 발매될 여지는 없는가

물론 리스 아키즈키씨는 OL진화론 말고도 다른 만화들을 그렸다. 하지만, 전부 정식 발매는 되지 않았다.
작가의 역량을 생각해보면 참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별의 별 이름없는 만화까지 다 정식 발매되던 대여점이 넘쳐나던 시기에 왜 정식 발매가 안 되었는지 의문이다. (지금도 별의 별 만화들이 다 출판되고 있는 형편이고..)
만화 독자들이 그림체만 보고 만화를 선택하는 것도 큰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300원짜리 30분 시간 때우기용 만화를 보는 한국인과 450엔짜리 문화를 보는 일본인들. 평가 기준이 같을리가 없다.
일본어를 배운다면 원서라도 꼭 살 만화중 최상단에 링크된 이 만화가 발매 중단된게 유감일 뿐이고. 언젠가 다른 만화라도 정식 발매가 되어 준다면 기쁠 것이다.




다음 작품 : 게임 - 엑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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