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후 데츠카 오사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수 없이 들어왔지만 기회가 없었기에 막상 읽어본 작품은
거의 없었다. 블랙잭의 초반 부분만 읽어본 정도..그러던 차에 이 도로로라는 만화가 박스판으로 발매되었고. 어느날 갑자기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덤핑되었다. 그마저도 할인 쿠폰을 이용해 더욱 더 저렴하게 샀는데. 막상 읽어본 것은 한참 뒤였다. 아무래도 싸게
사면 찬밥 취급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박스판의 위엄..?
그렇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놓기가 힘들 정도였다.
한마디로 굉장하다. 주 스토리는 '주인공이 잃어버린 몸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라는 다소 뻔한(?) 스토리지만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긴장감이 넘치고 상상을 넘어선다.
이 작품은 에피소드 나열 식으로 이루어진 일명 옴니버스 식 구성이고..게다가 모험물이기 때문에 주인공 2명을 제외하고는 매번 등장 인물이 바뀌는데도 불구하고 등장 인물 한 명 한 명의 임팩트가 강렬하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짧기 때문에 그 인물들은 잠깐씩만 등장하는 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상을 남긴다.
주연이나 조연이 죽는 장면은 모험물에서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 '죽음'이 독자에게 의미를 갖게 하려면 어느 정도 이상 등장을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의 죽음에 대해서만 슬퍼하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는 잠시 등장했을 뿐인 수 많은 인물들이 죽어갈때마다 상당한 안타까움을 동반하고 '제발 이 인물 만큼은...'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 이는 작가 스스로 인물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요즘 만화든 소설이든 영화든간에. 인물을 '싸구려 감동' 과 '스토리 전개' 를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시키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자기 작품의 등장 인물에 대한 애착이 전혀 없는 그런 의도적인 죽음과는 달라 독자에게 상당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치 연재에서 짤린 것처럼, 도저히 끝낼 부분이 아닌데 끝나버렸다는 점. 아마 7~10권이라면 충분한 이야기를 보여주었을 텐데.. 이유는 작가의 말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옛날 만화답게 컷에 상당한 제한을 두고 있으면서도(컷 안쪽에만 그림이 들어간다거나, 컷 배분이 지나치게 세밀한 점 등) 가끔씩 독특한 방식으로 컷을 나누는 부분도 인상 깊다.
아무튼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이런 위대한 작가가 그리는 만화는 무조건 다 봐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돌프에게 고한다
라던가 붓다 라던가 최근 나오는 작품들은 가격을 후려치는 바람에 구입할 엄두가 안 난다. 매니아들만 노리겠다 이건가 본데, 해당
출판사들이 만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다면 차마 저런 가격을 부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