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유명한 책이지만 나와 인연이 없었는지 최근까지 읽지 못했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 '김전일'에 나오는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갇혀버린 공간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과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사람과 인형의 관계는 '러시아관 사건'이나 '밀납 인형 사건'과 굉장히 흡사하다.
또한 전에 읽었던 '십각관의 살인'과도 굉장히 닮아있다. 연쇄 살인물의 정석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이야기다.

처음에 10명 가까이 되는 등장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게 되면서. 이름 외우기와 캐릭터 파악이 상당히 어렵다. 김전일도 한 번에 상당한 숫자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건 만화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머릿속에 등장인물들의 외모가 들어오게 되면서, 이름은 못 외우더라도 외모로 인물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설이므로 이름만으로 머릿속에 그려내야 하는데 사실 쉽지가 않다. 일부러 외우면서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1/3쯤 읽어야 그제서야 인물들이 파악이 될 것이다.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씨의 작품이니 인정이 되는 거지, 일반적인 아마추어 작가가 이런 식으로 써서 공모전에 응모를 한다면 '등장 인물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여 몰입하기 어렵다.' 는 평가와 함께 낙방이 될 것이다.
어쨌든 다소 지루한 초반만 극복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굉장히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스피디하게 펼쳐진다.

이런 식의 무차별 연쇄 살인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1. 갇혀버리는 과정과 상황에 대한 자연스러운 설정. 과 2. 사람들의 반응 묘사. 일 것이다.
이렇게 '범인은 이 안에 있어!' 라는 식의 경우. 사실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행동하게 된다면 다음 살인은 일어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각자 흩어지게 한다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그 밸런스가 상당히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자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과연 범인은 그 안에 있는 걸까? 있다면 과연 누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는가? 는 마지막에 작가 스스로가 해답을 내놓기 전까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수십년 전의 작품이고, 지금와선 훨씬 수준 높은 추리 소설들이 등장했음에도  말이다. 아무튼 대단한 작품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 10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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