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길게 쓰게 되면서 업데이트가 거의 없었는데..앞으로는 짤막한 글을 자주 써보려 한다.
이 눈먼 자들의 도시는 예전에 출판되었던 소설이었는데. 한국에서 다시 알려지게 된 이유는 영화화가 된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그러나 막상 영화는 혹평이었고. 특히 소설 팬들은 영화만 보고 소설을 판단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영화대신 소설을 선택하였다. (솔직히 싸게 나와서 구입한 면도 있다.)
막상 사놓고 계속 안 보고 있다가..최근에 보게 되었는데.재미는 있었다. 인간 본성에 대한 풍자라던가(이런게 풍자지, 단순한 공감성 비난을 가지고 풍자라고 우기는 건 잘못된 것이다.)
'확실히..실제 이런일이 일어난다면 이렇게 될 것 같다.' 고 생각되는 현실감. 느릿느릿 한 듯 하면서도 극한 상황이 펼쳐지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전개. 마지막 10p를 남겨두고서 결말에 대한 갈피를 못잡는 구성 등.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게다가 주인공 일행이 다른 사람들보다 잘 살아가긴 하지만. 그게 소년 만화처럼 '믿음이 있으니 뭐든지 할 수 있어!'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 의사의 부인 덕분에 그렇게 된 것일 뿐. 의사의 부인이 없었더라면 다른 일행과 비슷한. 혹은 더 비참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하면 왠지 오싹해진다.
그런데 내가 제일 주목했던 것은 이 사람의 작풍이다.이
글은 한 문단 자체를 넓게 포함하고 있어서 '엔터'를 거의 치지 않는다. 그런데도 묘사는 많은 편이고. 가장 심한 것이 대화에
큰따옴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화와 대화, 대화와 문장의 구분은 쉼표와 마침표 뿐이다. 읽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이만큼 유명해진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배울 것은 역시 소설은
재미만 있으면 많이 팔린다....는 말도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유명하면 어느 정도의 일탈된 형식은 패스가 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신인 작가가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글을 써서 투고한다면. 3P도 읽기 전에 던져질 테니까. 이는
'적의 화장법' 때 어느정도 이야기를 했으니 이쯤에서 멈추겠다.
어쨌든 재미있게 읽었으나 솔직히 두
번 읽을 것 같지는 않다. 두 번 읽어야 할 책이 집에 쌓여있기도 하지만. 그리고 느린 전개와 우울한 내용도 한 몫을 하지만.
결정적으로 사팔뜨기 소년이 문제다. 이 사팔뜨기 소년은 누릴 것은 다 누리려 하면서 부모에게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떠넘기는 현대의
10대들을 풍자하려고 만든 캐릭터라도 되는지 등장할때마다 괴상한 행동을 하여 기분을 망쳐놓는다. 제발 등장 좀 하지 마라. 이런
놈 그냥 버리고 가버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책을 다시 읽는 다면 이 놈을 또 봐야 한다는 건데. 상상만
해도 불쾌하다.
짧게 쓴다면서 제법 길게 휘날렸는데. 어쨌든 활자의 압박을 견뎌내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