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어쨌든 '최악의 작품'이다.
이보다 더 주인공이 악(惡)한 작품은 찾아보기도 어려울 테니 말이다.
intro
나는 지금까지 추천사(이야기) 코너에는 항상 만족스러웠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 해왔다.
욕하는 작품에도 팬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들과 시비 붙는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 이 작품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기대를 많이 했었고. 작가에 대한 존경심 같은 것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기시 유스케씨의 팬 혹은 이 작품의 팬은 이 리뷰에 심한 반감을 가질 지 모른다.
아마 그분들도 내가 왜 싫다고 하는지 대충 이유는 짐작이 되실 것이다. 그러니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면 안 읽고 나가셔도 무방합니다.
일단, 나도 비난하는 입장이니 만큼 '악플은 사양한다.' 같은 치사한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이 작품은 그렇다 쳐도. 주인공에 대해 옹호하거나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다면 무통보 삭제도 가능하고. 올린 이의 인격까지 의심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intro 2 - 악의 교전이란???
2011년 1월 나는 우연히 일본 최고의 대중 문학에 수여된다는 나오키상 관련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기시 유스케씨의 작품 '악의
경전' 이라는 작품이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본 내에 대중 문학이 수도 없이 많다보니 여기 후보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기시 유스케씨가 데뷔한지 10년이 넘었고 그동안 많은 히트작을 내놓았는데도 이제야
처음으로 후보에 올랐으니 말이다.
나는 실시간으로 발표 결과를 지켜봤는데 수상에는 실패했다.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뒷날을 기약하기로 했는데. 그 후에 심사의원들의 평가가 공개된 것을 읽어보니. 미야베 미유키씨를 제외한 거의 전원이 악평을 쏟아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때만해도 '아. 역시 현실적이고 어두운 작품은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만 했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정식 발매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일본에 발매된지 1년이 되어가도록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다. 이 작가 작품이 모두 정식 발매되었는데다가 이만한 이력을
지닌 작품이 정식 발매가 되지 않을리가 없기에 의아하기만 했다. 나올때가 되었는데 나오지 않자 인터넷 서점에서 무의미한
검색만 반복했다.
그러다가 인터넷 서점 한 군데를 우연히 접속했다가 이 책에 대한 소개 페이지를 보고 서둘러 주문하였다. 사은품으로 부채를 준다고 하여..다른 곳에서 사면 훨씬 싸게 살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비싸게 주고 부채를 받아왔다.
출판사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아니, 지금껏 단골 출판사에서 나오다가 이게 또 뭔일이람? 싶었는데. 읽어보니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제부터 진짜 리뷰.
다소 거친 말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그 점은 양해를 바란다.
물론 내용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으니 난 꼭 읽을 것이다! 이런 분은 피하심이 좋을 것이다.
난 이 책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접하지 않았다. 어떤 내용이든 간에 샀을 것이기 때문에, 쓸데없이 내용을 알게 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살인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만 알았고. 사이코패스니 어쩌니 하는 것도 인터넷서점 책 소개글을 언뜻 봤다가 알아버리게 된 사실이었다.
난 처음에 이름만 보고 주인공이 여잔줄 알았다. 알고보니 이름이 아니라 성이더구만. 아무튼 그만큼 정보를 모르고 봤다.
그렇게 모른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처음 본 순간부터...주인공이 마음에 안 들었다.
처음만 해도 주인공에 대한 나쁜 묘사라던지 본 실체에 대해선 나타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는 그냥 좀 인기 있는 선생. 이라는 설명 뿐이다. (별로 인기 있을 스타일은 아닌듯 하지만.)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언뜻언뜻 그가 사이코 패스라는 복선을 넣어두었는데. 그 작은 복선 만으로는 정확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직관적으로 혐오스러운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마치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자기가 마치 신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이 책을 50p정도 읽고나서 느낌이 왔다.
"이 작품은 상당한 명작이거나. 아니면 최악의 쓰레기일 것이다."
그리고 100p 쯤 되니 주인공이 점점 본색을 드러낸다. 그놈한테 상당한 혐오감이 느껴져서 이미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기시 유스케씨의 책이다. 끝까지 읽어보자.
200p쯤 되니까 놓고 싶은 생각이 격렬해졌다. 그래도 기시 유스케다. 상도 휩쓸었다.
라고 버텨왔는데. 250p쯤 되고 나서 깨달았다.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언젠가 재미있어지곘지. 라는 생각으로 읽자니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기분 나쁜데?"
그래서 안 봤다. 2권까지 한 번에 샀는데 1권도 다 안보고 덮었다. 물론 돈이 아깝긴 하다. 그러나 혐오감을 참아가며, 불쾌한 느낌을 받아가며 책을 읽을 필요는 없잖는가? 돈 내고 불쾌한 느낌을 받는 건 바보 짓이다.
이유라면 오로지 혐오스러운 주인공 탓을 할 수밖에 없다.
신문 기사 사회면만 펼쳐봐도 우라질 뉴스들을 실컷 접할 수 있는데, 왜 이런 짜증나는 범죄자놈의 개똥철학까지 지켜봐야 하냔 말이다.
그나마 1인칭은 아니다. 이딴 살인자를 1인칭으로 묘사한다면 아주 속이 터질지도 모른다. 그것까진 좋은데. 3인칭이면 좀
다른 곳으로 카메라 좀 돌렸으면 좋겠다. '모방범'을 읽을때도 '피스' 가 나올때면 보기가 짜증나서 후다닥 넘기기 일수였는데. 이건 계속
이 거지같은 XX만 비추어대니. 그런 방법도 안 통한다.
카메라만 비추는 게 아니라, 속마음 묘사도 꽤 빈번해서...3인칭이라기엔 거의 2인칭이라는 느낌이다. 내가 왜 이딴 인간 쓰레기의 속마음이나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놈은 적으로 나온다면 몰라도 주인공으로 보기엔 아주 짜증이 난다 이거다.
같은 작가의 '검은 집'을 적 시점에서 썼다고 생각해봐라. 아주 엿먹을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원래 난 사이코 패스 캐릭터를 싫어한다. 그럼? 사이코 패스를 좋아하는 놈도 있냐? 라고 말할수도 있지만. 있다.
대표적인 게 만화 '몬스터' 의 '요한' 이다. 100% 악역인데도 불구하고. 아마 작품 내 등장 인물중 제일 인기가 많을 거다.(주연들이 병맛이기도 하다.)
세가지 이유겠지. 하나는 '만화는 만화일 뿐이니 범죄자든 뭐든 상관 없음.'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하나는 '얼굴만 잘생기고
쿨하면 OK'. 그리고 하나는....사람들에겐 대부분 '살인 본능' 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높은 사람들이 이런 캐릭터에
열광한다. 는 것이다.
거기다 이 놈은 그냥 평범하게 재수없는 범죄자가 아니라...개찌질에 불과하다.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는 척은 다 하면서 남들 앞에선 2인자, 평범한 서민인척 나서며 존내 착하고 인격자이고 우상인 척 하는 대단한 인간이시다. 악당이라도 예를들어, '도박묵시록 카이지' 의 '제애..' 같은 경우 고전 적인 악당이다. 회장은 압도적인 경제적 능력으로 사람들을 휘어잡는다. 이런 편이 깔끔하고 좋지, 이런 거지같은 위선자는 찌질한 짓은 혼자 다하면서도 스케일은 작은 소인배에 불과하다. 결국 월급쟁이에 불과하면서 세상의 최고라는 듯 거만한 태도, 그중에서도 서비스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교사라는 직업이면서 뭐 그리 잘났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일하는 것이 지는 것이다' 라면서 백수로 있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게다가 약점을 잡아서 삥을 뜯는 등. 딱 3류 양아치같은 일만 하면서 으스대는 꼴이라니. 중학교 일진이 주인공인 소설이 더 재미있겠다.
어쨌든 책을 보면서 주인공이 빨리 뒈져주시길 바라며 읽는 작품도 참 드물 것이다. 근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최소한 2권 중반까지는 이샊끼 계속 설쳐댈거 아냐?
이 이야기를 계속 보자니 차라리 '유영철 살인일지'같은 거나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전혀 무의미한 범죄자 주인공의 자랑 이야기나 듣기 위해 27000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 아니란 것이다. 차라리 X도에 폭탄 떨어져서 산산조각 나는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고 유익하겠다.
(물론 유영철 살인일지라는 건 없다.)
솔직히 주인공 말고도 마음에 안 드는 캐릭터가 한 둘이 아닌데(싫은 놈들이 더 많음), 주인공이 하도 쓰레기시다 보니까 다른 애들은 모두 다 착하게만 보이는 엄청난 외부 효과를 자랑한다.
살인 본능? 범죄 본능?
살인 본능이란 게 어딨어?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근데 나는 있다고 본다. 살인 본능은 좀 오버지만. 폭력 본능이라는 건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어떤 아마추어 만화가 인터넷에 올라왔는데..(웹툰같은게 아니라 웹사이트 아마추어 만화 연재란에 올라온 것들중 하나.) 그 만화는 참 내용도 없고 스토리도 없었다. 그저 꼬마애가 나와서 사람들을 때리고 괴롭히고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른다는
불쾌한 만화였다. 그냥 그 뿐이었다. 잔인한 장면도 종종 나오고..
그
작품에 온갖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찬/반이었다. 반대측은 '불쾌하다.' '범죄 만화.' 라고 비난했고, 찬성측은 '어차피
만환데 뭐 어떠냐?' '싫으면 보지마라' 라는 거지랄같은 의견이었다. (애초에 아무리 잘 봐도 성인물인 만화를 초딩들도 다 보는 공간에 올린 것 자체가 웃긴다.) 근데 이 만화는 웃긴게 제목이 OOO의 추억.
이다. OOO은 올린 인간의 닉네임이었지. (예를들어 티티우스의 추억. 뭐 이렇게 말이다.) 쉽게 말해 작가가 어렸을때 했던 일들을 그대로 만화화시킨 걸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런데도 찬성측이 많다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란 거다. (뭐, 빠돌이들은 어떻게든 실화가 아닐거라고 변명을 늘어놓더니만)당시 사이코패스라는
단어조차 알려지지 않던 상황이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딱 사이코 패스였지. 사이코 패스 주인공이 폭력을 휘두르는 만화를 보고 환오성을 지르는
사람들.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범죄에 대한 동경 비슷한 감정. 다만, 실천으로 옮기면 보복 위험도 있고 법으로 심판을 받으니 안 하는 것 뿐. 그런 걸 품고 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지 않을까?
사이코 패스란 연쇄 살인자와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남의 아픔을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이라 한다. 인간의
1%나 된다고 하지. 헌데 한국에는 더 많을지도 모른다. 명문대를 위한 무한 경쟁과, 소속감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을 강력하게
배척하고 철저하게 남이라고 의식하는 한국에서는 말이다.
재해 재난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도 낄낄 거리며 웃어대고 특집 프로그램 때문에 좋아하는 TV프로 안한다고 투덜대는 인간들이 넘치는 이 나라에는 5%가 넘을지도 모른다.
근데 실은 주인공만 마음에 안 드는게 아니다....
실은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기 전에 벌써 거슬렸던 것이 있었다. 작품 초반부터 무슨 공무원의 일 처리가 문제라던지 교육자의
마음가짐 같은 개뿔 따 먹는 소리나 하고 있다. 2.5류 작품, 혹은 C급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어설픈 공감성 씬은 뭐란
말이냐. 교사는 학생을 위하여 아낌없이 희생하여야 한다? 그런 특이한 인간으로만 교사를 구성한다면 전교의
고등학교는 10%만 남기고 없애버려야지. 교사가 부족할테니까. 빵집 주인이 손님을 위해 빵을 만드나? 아니면 하찮은 의무 교육 날려버리던가.
설마 기시씨가
교육자의 마음가짐 어쩌고 하는 헛소리나 하는 작가일 줄은 몰랐다. 선생의 권한이 강력하여, 촌지나 폭력 체벌이 난무하는 학교라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만, 일본은 교권이란게 완전히 붕괴됐잖는가? 주로 고딩때 데뷔하여 어른들에 대한 반감만 높은 철없는 순정 만화 작가들, 혹은 모든게
다 바뀌어야 한다! 고 우기는 극좌파들. 그것도 아니면 학생들 공감 사는 것에 눈이 먼 3류 만화가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뭐, 내용이
1인칭이라면 개똥같은 주인공님의 버러지같은 철학일 뿐이고, 작가의 생각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 작품은
3인칭이라는 객관적인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전지적 작가. 그러니 서술자 = 작가 본인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기 마련인
것이다. 애초에 교육 말고 공무원 어쩌고 한 것도 전형적인 극좌파의 시선아닌가?
이거 진짜 기시씨 작품 맞나? 대필 아냐?
제발 선생이 학생을 위해 무얼 해줄 거냐만 묻지말고 학생이 학교를 위해 무얼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라.
책 자체도 마음에 안 드네..
솔직히 내용 말고 책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근데 이건 작품과는 별 상관없는 내용이니까 관심없는 사람은 죽 넘겨도 좋다. 개인적으로 출판사 관계자들이 좀 읽었으면 좋겠다.
어쩐지 처음 들어본 출판사다 싶더니 이거야 원..어디서 부터 딴지를 걸까?
일단 첫째로 이상하게 두껍다. 450페이지도 안 되는 책이 어떤 종이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두께만 보면 5~600페이지쯤은 되어 보인다. 난 겉으로 보고 600페이지는 되는 줄 알았다.
물론 책이 하드 커버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두껍다. 같은 작가의 '검은집' 이 페이지수는 더 많고 하드 커버인데도 훨씬 얇다. 만화책이 페이지수에 비해 상당히 두꺼운데 딱 그런 종이인가 보다.
이게 수납하기도 불편하고 들고 보기도 불편하다는 문제 외에. 현실적인 문제와 겹친다. 가격이 권당 15000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요즘 책들이 대부분 12000~13000원이지만 소설이 15000원이나 되는 건 비싼 편이다. 그 가격을 숨기기 위해 페이지 수가 많은 척
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종이질이야 다른 책들도 그런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문제는 또 있다. 이 책은 '작가의 말'도 없으면서 '역자의 말' 만 실려있다. 실은 난
원래 역자의 말이라는 것 자체가 싫다. 그냥 작품에는 관심없이 돈때문에 번역한게 대부분이고, 어차피 자기가 직접 자원한 것도 아니고 에이전시나 단골 출판사를 통해 우연히 받은 돈 때문에 맡은 일이 분명할텐데 뻔뻔스럽게 역자의 말. 이라는 페이지를
책 안에 넣는 것 자체가 거북하고. 그게 거지같은 번역을 해놨다면 더욱 화가 치밀어오른다. 나중에 번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포스팅하고
싶지만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특히 작가의 말이 같이 실려 있다면 몰라도 작가는 작품에 대해 아무 코멘트도 안 했는데,
번역가가 작가의 작품에 코멘트를 다는 것도 권리를 넘어섰다고 보고. 작가의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역자의 말이란 게 2페이지를
넘어가면 '그냥 블로그를 통해서 하지 왜 이렇게 사적인 말이 많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어서 번역을 한 건가?
뭐, 그건 넘어가자. 안 보면 되니까. 설마
역자의 말 몇 페이지 때문에 책 가격이 오르겠어? 그것 보다 황당한 건 그 순서다. 아니, 세상에 작가의
말도 아니라 역자의 말을 책 맨 앞에 넣는 경우는 또 뭐지? 보통 맨 뒤에 후기, staff roll 대신으로 넣는 것 아닌가?
가끔 역자/작가의 말을 먼저 읽는 사람도 있다지만. 보통 다 읽고 나서야 본단 말이야. 굳이 먼저 읽을 이유도 없고 내용 알게 될 확률도
있으니까.
바로 이 작품이 그렇다. 이 작품은 책 맨 앞에 있는 역자의 말에 중요한 네타...즉 내용 까발리기가 들어 있다.
번역가도 몰랐을거다. 설마 자신의 잡담을 맨 앞에 넣을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니까 마음놓고 내용 써놨다가 독자들만 개피를 본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 후기를 통해 이 사실을 미리 알았기에 안 당했지만. 그걸 몰랐으면, 맨 앞에 있기 때문에 무심코 대충
읽어봤다가 땅을 칠 뻔했다. 내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맨 앞에 넣어도 되지만...이건 아니잖는가. 실제로 당한 사람들이 있다.
번역에 대한 불만도 해보겠다. 이 작품은 주석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는데. 주석을 괄호()를 넣어 그 안에 넣어놨다.
그런데..무슨 괄호마다 (.....이다. 역자 주) 라고 되어있다. 아무튼 300페이지 가까이 읽으면서 작가 주는 한 번도
읽어본 적 없고, 기시씨 다른 작품에도 주석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적어도 내가 읽어본 소설의 대부분은 작가 주가 없다..) 그럴바엔 책 초반에 '주석은 모두 역자주입니다.'
이렇게 표시하고 하단에 주석을 다는게 낫지 않았을까..주석이 1~2개라면 상관없지만 꽤 있기 때문에..본문에 계속 넣다보면 가독성도
떨어지고, 솔직히 몇 개는 어거지로 직역한 느낌도 있었다.
사실 진짜 문제는.
은어다.
콕 집어 말하자면 '쌤' 이란 표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설마 역자가 똘Y라 장난으로 은어를 넣은 건 아닐테고. 원문은
못봤지만...아마 원문도 '선생님'을 뜻하는 은어겠지. 그걸 번역하다보니 저렇게 된 듯한데. 그래...원래 비속어, 은어,
유행어가 제일 번역하기 난감한 말이고. 제일 골때리는 문제라는 건 나도 잘 아는데. 차라리 그냥 선생님. 이라고 번역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 대부분 이렇게 번역하지?) 은어, 비속어는 절대로 1:1로 번역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 등재
단어라고 해도 1:1로 직접 매치되는 언어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매치를 시킬 수 있는데..은어는 비슷한 말이 있다고 해도 느낌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번역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그 많은 주석을 이용해서 설명이라도 하지..원문은 oo인데 이렇게 번역했다. 역자주. 이렇게.
물론
이에 대해선 찬반이 격하게 갈릴 것이다. '난 좋았다. 생트집 잡지 마라.' '나도 별로였다.' ....어쨌든 나로서는 쌤이라는 표현이
나올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 뭐라고 하지 말라. 오그라든 내가 잘못이라고 하면 그건 너무하잖는가. 이런 번역은 B급 저질 만화 번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인데..
나도 한국 소설에서 은어/비속어 사용은 문제 없다고 보나, 외국 작품 번역은 상당히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번역이 이차 창작인 것이고, 번역가의 판단 하나로 작품 자체의 평가가 갈릴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한 마디 더. 이 책은 뒷표지에 일반인들이 쓴 서평이 있다. 일본 아마존 서평 발췌...가 아니라 한국인들이 읽고 나서 쓴 후기다. 뭐, 이런 거야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근데,
이거 대체 누가 썼지?
난
이 책을 거의 나오자마자 1쇄로 샀는데. 대체 누가 독자들보다 먼저 읽었단 말인지 모르겠다. 보통 이런건 2쇄, 3쇄때 인터넷
서점이나 출판사 홈페이지, 신문 기자들이 나불댄 말을 뽑아 올리는 게 보통이다. 근데, 책이 나오기도 전에 리뷰가 올라온단 말인가?
그야 출판사 직원들이라면 당연 먼저 읽어봤겠지. 번역가도 마찬가지다. 근데, 여기 서평을 보면 서평자의 이름과 직업이 나와있는데..교사, 회사원, 학생.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다. 신기하게 직업도 참 제각각이다.
대체 이들은 어떻게 이 책을 읽은 것일까? 난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출판사 직원 가족인가? 원서를 사서 읽고 올린 후기는 아닌듯한데..(애니메이션도 아니고 그런 후기가 그렇게 많을리가 없다.)
서평단인가? 책이 나오기 전에 읽어보게 한 후, 책을 제공하는 댓가로 리뷰를 작성하길 요구받았다. 그런 건가? 근데 그래도
이상하네. 서평단이란 건 책이 나오고나서 초판 1쇄가 나오자마자 분배하여...서평을 일정 기간 내에 인터넷 서점에 올리는
제도인데(자세한 건 블로그에 있는 서평단 포스팅 참조) 책이 나오기도 전에 서평을 써 올리나? 단행본이 나오기 전에 원고를 받아들고 읽었나? 그럼
훨씬 더 빨리 책을 내놓을 수 있었는데도 책 뒷 페이지 디자인을 위해 안 찍어내고 있었다는 말? 무진장 쓸모 없는 짓이군! 차라리
미스테리상을 휩쓸었으니 그 서평을 요약해서 싣는게 낫겠다. 저작권 문제때문에 어려운가? (근데 대형 출판사도 아닌 영세 출판사에서 그런 걸 생각하는지는 의문..)
사실 좀 더 이상한게, 굳이 이
작품에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분의 리뷰가 채택되어 올라온 것도 특이하고. 무엇보다 학교와 교사에 대해 상당히 색안경을 끼고
있는 듯한 이 작품을 보며 '교사로서 생각할 부분이 많았다.' 이런 서평을 달았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었다. 마치 교사가 아닌
사람이 상상해서 올린 듯한.. 정치계에 대해 비꼬는 작품을 보며 국회의원이 '반성을 했다. 국민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하겠다.'
라고 말할리가 없잖아.
아니면 출판사 직원이 대충 써놓고 가명과 가직업을 댄건가? 그것도 큰일날 일일세...
솔직히 하나 하나만 놓고 보면 그렇게 문제는 아닌데 여러개가 겹쳤는데다가..
내용 자체도 마음에 안 들다보니 좀 오버를 했다. 그러나 문제는 문제다.
무슨 본문 비난보다 책 비난이 더 많냐고? 원래 영양가는 없는 게 할 말은 많은 법이라서.
출판사 홈페이지에라도 남기고 싶은데 홈페이지고 블로그고 없더라. 대부분의 한국 출판사들은 배고파서 그런거 만들 시간이 없는 모양이니 어쩔 수 없다.
(카페라면 30분이면 만들 수 있는데)
마치며.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 작품은 '
대체 왜 상을 여러개 받았고, 문학상 후보에 올랐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불쾌한 작품' 이고, '
이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는 이유로 심사를 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했던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심사의원 들이 불쌍하다.' 라고 말하고 싶다. 나오키상 후보라는 것이 해당 출판사 직원들의 추천으로 정해진다는데. 그들을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하도 fucking guy 라서, 무의미한 권선징악을 싫어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그냥 착한 놈이 이긴다. 나쁜 놈은 뒈진다.
끗. 이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허나 뒤에 통쾌한 반전이 있든, 주인공이 비참하게 뒈지든 간에 더 읽기가 싫으니 어쩔 수가 없다.
RPG게임을 할때 엔딩을 보면 엄청난 특전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걸 보기 위해 게임을 계속 해야 할 만한 재미가 없으면 그냥 안
해야하는 것이다. 내가 방학을 맞이한 중딩도 아니고 왜 시간과 역겨움을 참아가며 계속 이걸 읽어야지? 그 외에도 봐야 할 책들이 집에 쌓여 있는데?
이게 무명 작가
작품이었으면 50P를 채 읽기 전에. 만약 미야베 미유키씨가 썼다고 해도 200P 안에 접었을 것이나 그나마 그의 작품이니까
300P가까이 읽은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1권으로 요약해서 썼다면 모를까 이런 이야기를 왜 쓸데없는 부분까지 넣어가며
길게 담았는지 모르겠다. 이게 데뷔작, 혹은 무명작이었으면 2권으로 출판하게 놔둘 리가 있겠냐고. 너무 자신의 이름을 믿은 것은
아닌지.
이 작품이 상을 여러번 받고 나오키 상 후보까지 올랐음에도 어쩐지 이상할정도로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막상
책이 나오니 전혀 상상도 못했던 출판사. 그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이거야 책을 보니까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단 말씀이다.
무지하게 비난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작가 이름만 보고 상당한 기대를 했다가 대단히 실망을 한 것이 나 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분명히 찬반양론이 갈릴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기시 유스케씨 답지 않은, 차라리 오츠 이치의 GOTH같은 작품이다. 오츠 이치씨가 썼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나.' 했겠지만, 문제는 '푸른 불꽃'과 '검은 집'의 작가라는 거다.
이 작가는 최근에 신작을 냈다. 아직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고, 어떠한 내용도 읽어보지 않은 상태다.
조만간 이 책도 한국에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단 또 나오자마자 구입할 것이다. 작품 하나만으로 평가를 바꾸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게다가 이 작가는 작품마다 느낌이 전혀 달랐다. 지금까지 작품들이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두 느낌이 다르다.
이 글만해도 '푸른 불꽃' 과 같이 고등학교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등장 인물부터 완전히 다르다.
푸른 불꽃의 여주인공은 마치 소년 만화 여주인공같은 '약간 솔직하지 못하면서 도도하며 주인공에게 맹목적이고 귀여운 이미지'라면.
여기 여자 캐릭터들은 '자존감이 강하고 몽상적인 면이 있고, 사람에 따라 태도가 돌변하는' 순정 만화 조연 캐릭터 같은 이미지다. 물론
두 작품의 공백이 크긴 하나, 마치 작가가 다시 태어낸 것같이 느낌이 전혀 다른 이 이미지는 뭘까.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작품은 얼마든지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혹은 더 충격적으로 최악인 작품이 되거나.
그 작품을 읽고나서 '역시 기시 유스케!' 라고 하게 될지. 아니면 '이 작가 한물갔군.'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전자가 되기를 기대해보며 이만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