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문학 이야기만 했는데 모처럼 라이트 노벨 이야기를 해 보겠다.
이쪽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관심이 없으니까.
그러나 나도 라이트 노벨이란 것에 관심이 있던 적이 있었다. 바야흐로 2002년. NT노벨이 처음 이 땅에 태어나고 라이트 노벨이란 것이 이 땅에 상륙했을 때였다.
NT노벨..그리고 음양의 도시와의 만남
당시 NT노벨 편집부는 자사의 오덕 잡지 뉴타입을 통해 돈 한 푼 안들이고 NT노벨에 대한 홍보를 할 수 있었고. 드물게도 홈페이지까지 만들어내며 독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했었다.
지금이야 NT노벨이란 것이 마구 찍어내는 공장 시스템이 되었고, 열의도 사라져서 극히 대원스럽게 변해버렸지만. 당시로선 대원답지
않게 상당히 열정적이었다. 일단 5000원이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도 문화상품권 한 장만 있으면 구입이 가능했고, 한
달에 찍어내는 책의 수량을 정확히, 적절히 유지했으며(덕분에 모든 NT노벨을 모으는 사람까지 있었다.) 무엇보다도 대여점에
공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운 시도였다.
그동안 대여점의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하고 독자들은 개 취급하던 만화
출판사답지 않은 그들의 움직임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고, 마침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라는 책이
출판된다는 것을 듣고 홈페이지에 자주자주 들낙거렸다. (참고로 이 홈페이지는 문 닫은지 오래다.)
또한 놀라운 시도중
하나가, 홈페이지를 통해 신작의 초반 부분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후에 애니메이션까지 나왔던 '키노의 여행' 같은 경우,
발매 당시에는 완전히 무명 작품이었다. 고작 표지와 줄거리 라인만 보고 구입하기엔 주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스토리 일부를 공개함으로써 효과적인 구입 가이드를 제시했던 것이다. (물론 모든 작품을 다 공개한 것은 아니다. 해당되는 것은
대부분 무명 작품이었다.) 요즘이야 인터넷 서점에서도 미리 보기 서비스가 지원되지만, 그런 것도 없던 당시로선 굉장히
획기적이었다. 애초에, 이 서비스는 '구입하려다가 초반을 보고 재미없어서 오히려 구입을 취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서비스 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무명 작품만 지원했을 것이다.) (*주1 참조)
만약 이
시도가 아니었으면 나는 이 음양의 도시를 절대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NT노벨 외 다른 경로로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고, 지금까지도 없는 작품이니 말이다. 표지가 눈을 확 끄는 것도 아니고, 음양물에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
냥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기에 별 생각없이 읽어봤는데 굉장히 재미 있었다! 이건 무조건 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부기팝
하나만 달랑 사기는 좀 아쉬웠던 터라. 이 작품과 키노의 여행 1권(이것도 프리뷰 서비스가 있었기에 구입했던 작품이다.) 을 같이
구입했다. 참고로 그 이후로도 계속 작품들의 프리뷰도 올라왔지만 다 내가 싫어하는 이야기들뿐이라....
그런데 막상
그때 산 3권의 책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건 이 작품이다. 처음 목표였던 부기팝보다도 더 재미있었던 건 내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어쨌든 부기팝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이 작품을 볼일이 없었을지도 모르니까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고 해야하나..
결국 후속작을 구입한 것은 그 셋 중에서 이 책 뿐이고. 내가 모으고 있는 유일한 라이트 노벨이기도 하다.
(*
주1 : 이런 노력덕분인지, 상당수의 책들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책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오덕후들은 만화만 보지 소설따윈 안
읽어! 라는 상식에도 불구하고 대 성공을 거두어 서점 베스트셀러에도 이름을 올려놓았고, 따로 라이트 노벨 코너를 마련한 서점들도
생겼다. 또한, 학산/서울문화사 등등이 앞다투어 따라하기도 했다.
이런 열의도 사라진 현재는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든 편이나. 드물게도 베스트 셀러란에 올라오는 책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음양의 도시
이 작품은 이젠 그렇게 드물다고도 할 수 없는 '헤이안 시대' 를 배경으로 하는 '음양물' 의 일종이다. 이런 류의 작품중에선 '음양사' 가 유명한데..아마도, 이 작품 역시 음양사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음양물' 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아베노 세이메이' 라는 천재 음양사인데. 역시 음양사의 영향인듯 하다. 이 작품에서는 그가 주연급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고, 주인공은 그의 지인이다.
다
만 단편 시나리오로 구성된 음양사와는 달리, 라이트 노벨답게 한 권, 한 권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조금씩
스토리는 이어지지만, 다루고 있는 사건은 제각각이다. 이런 음양사가 등장하는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 요괴와 '텐구'가 등장하며
부적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일본식 판타지이다.
나는 이 작품이 음양물로서는 최초로 본 작품이었다. 그런 내가
보기에는 대단히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특유의 신분 제도라던가 위계질서등이 잘 짜여져 있어서..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완전한 픽션이 아니라 약간은 사실에 근거했기 때문에 그 정도 설정이 나온 것이리라.
아무튼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음양사까지 샀을 정도니까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음양사를 먼저 보고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세이메이가 주책 아저씨로 나와서 싫다.' 는 사람들도 있다. 음양사에서는 순정
만화 주인공 같은 이미지였으니까..이 작품이 별로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의견이었으니. (반대로 말하면 그 외엔 대부분 만족한
작품이다.)
작품의 매력
사실 음양 액션물로서는 조금 약하다. 일단 주인공이 너무 무적이기도 하고(먼치킨?), 화끈한 전투 씬은 얼마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작품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라는 부분이 상당히 강하다.
특
히 라이트 노벨답게 캐릭터의 매력과 개성이 굉장히 강한 작품인데. 작품 중 히로인 '토키츠구'양은 약간 맹하면서도 순진함과 당찬
매력을 고루 갖추고 있어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고 봐왔던 모든 작품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히로인을 꼽으라고 하면 반드시 후보에
올려놓을만한 매력이 있다. 어느정도인가 하면 그녀가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주인공에게 질투를 느껴서 작품에 대한 공감이 떨어질
정도였다.
작가의 다른 작품
이 작가는 이 작품으로 데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현재 5권까지밖에 나오지 않은 상태고, (일본 현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별반 다르지 않을 듯) 오히려 그 뒤에
집필한 작품들은 훨씬 많은 단행본을 발매하며 속속 완간이 되어가고 있다.
일단 그중 한국에서 제일 먼저 나온 작품이 '패러사이트 문' 이라는 작품인데. 리뷰를 봤으면 알겠지만, 난 이 작품에 대단한 기대를 했었다. 그렇지만 1/3정도를 읽고나서 엄청난 실망을 느끼며 덮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 미소녀물에 불과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특별한 개성도 없고, 오히려 B급 미소녀물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짜증만 느껴졌다. 이
책은 군 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읽었었는데. 수 많은 일을 하고 싶었던 그 당시에 읽었으니 오래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겠는가?
아무튼 이 작품을 보고, '아..이 작가가 대단한게 아니라, 음양의 도시가 유별나게 대단한 것 뿐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작가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다.
'하늘의 종이 울리는 별에서' 라는 작품이 그 이후에 나왔다.
일단 이 작품은 1권을 사긴 했으나 아직 랩핑을 뜯어보지도 않았다. 위에서 말한 실망 문제도 있고. 구입해놓고 한 번도 읽지 못한 책이 집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윤환의 마도사' 라는 작품이 나왔으나. 아직 구입하지 않았고, 구입 여부도 불투명하다. 일단 하늘의 종이..를 읽어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음양의 도시가 기나긴 발간 중단 상태에 놓인 건..간단한 이유일 것이다. 작성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정도 역사적 사실도 맞아야
하고. '음양사' 라는 개념 자체가 소설 음양사 외에 참조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을 것 같지도 않고. 등장 인물들은 점점 많아져서
컨트롤 하기도 어려워졌다. 게다가 에피소드마다 전투씬과 부적을 사용한 기술을 넣어야 하니..
5권만 해도 4권 이후로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는데. 6권은 더 오래 걸리거나 아니면 아애 안 나올지도 모른다.
NT노벨이란 특성상 일본에 나오게 되면 조만간 한국에도 발매가 될 것이다. 그러니...기다릴 수밖에.
마치며
지나치게 캐릭터 성을 내세우는 모습이 아쉽긴 하나, 어쨌든 재미 있으므로 용서가 된다.
음양물에 거부감이 없고, 세이메이 = 쿨 가이여야 한다. 라는 사람만 아니라면 일단 추천부터 할 작품.
 | 음양의 도시 1 -  와타세 소이치로 지음, 김희정 옮김, 타지마 쇼우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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