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 라센

상당한 공백끝에 나온 속편이다. 그래서인지 원작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 작품에 링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라센' 이라는 이름으로만 나왔으나, 한국에서는 인지도를 위해서인듯, 원판/황금가지판 모두 링 2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작품이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작성되었지만, 결국 판타지 적인 요소를 지울 수 없던 전작과는 달리, 굉장히 과학적으로 분석을 한 듯한 작품이다. 그래서 원작에서의 개념중 상당수가 '사실 그게 아니었다!' 라는 식으로 바뀌어버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대범한 시도이기도 한데..원작을 나오자마자 읽은 후, 수 년만에 갑작스럽게 발간된 후속작을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읽어본 팬들중에서는 실망한 경우도 적지 않게 있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이 라센편을 먼저 읽었다.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2편이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다음으로 3편이, 1편이 제일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오히려 원작을 모르고 보면 더 재미있는 작품일 수도 있다는 말인데. 등장 인물들도 상당히 달라졌고, 사건에 대한 시선또한 굉장히 바뀌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전작에 대한 설명이 몇 페이지에 걸쳐서 나타나 있는데 그 부분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원작을 보지 않았던 당시에는)

이 라센이라는 작품에서 제일 커다란 매력을 느꼈던 부분이 '암호 해독' 이다. 마치 셜록 홈즈나, 추리 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암호 해독'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재미있고 리얼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을 보고 잠시나마 암호 해독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도 있었으니…. 작품 속에서 큰 의미를 차지한다기 보단, 쉬어가는 코너라는 역할이 강한 부분인데.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아주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마지막의 결말이 상당히 충격적이고. 어떻게 보면 해피 엔딩이지만, 최악의 배드 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는 내용이라서..단순하게 생각해버리면 '그다지 배드 엔딩 같지 않은데?' 하고 느낄 수도 있다. 적어도 당시의 내가 봤을때는 별로 배드 엔딩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엔딩의 의미.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조금 억지적인 설정이 있는 부분에서는 얼렁뚱땅 넘어간 부분도 보이고, 아무래도 전작을 너무 뒤엎다보니까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은 부분도 눈에 띈다.
하 지만 그런 단점을 모두 숨길 수 있을만큼 대단한 명작임에는 틀림없다. 암호 부분은 다시 읽어봐도 대단히 흥미롭고, 무엇보다도 장르와 주인공, 방향까지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버렸음에도 전작과의 연관성이 만족스러운 편이고, 오히려 링과는 다른 라센만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였다고 본다.



링 - 루프

링의 세계관을 끝내버리겠다고 말하는 듯한 작품이다. 당시에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도 조금 특이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지금 기준으로는 그렇게까지 특이하다 할 만한 요소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 명성을 쌓아온 작품에 이런 모험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은 놀랄만 하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그 당시의 나도 '링 2를 썼을때는 이 작품에 대해 구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마지막의 엔딩 부분이 2권의 엔딩과 미묘하게 대사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나서, 감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초 반을 읽어보면 '이게 대체 왜 링 시리즈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이 작품 또한 일본에서는 '링' 이라는 타이틀 없이 발표가 되었는데. 만약 링은 읽었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상태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중반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링 3로 발매가 되었으므로 그런 경우는 없었겠지만.)
라센보다도 더 본작과의 연관성이 떨어지고. 문체마저도 달라진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책은. 결말로 다가갈수록 원작과의 cross되는 부분이 굉장히 절묘하게 느껴진다. 라센때부터 이어진 과학적인 해명들은 상당히 몰입을 높여놓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주인공이 여행을 떠다는 부분이 조금 억지적이고. 게다가 그 여행 부분에 지나치게 배경 묘사가 많아 템포가 너무 느려지고 지루하기도 하다. 반면에 후반 부분은 너무 급하게 끝난 듯한 느낌이라 차라리 그 쪽에 페이지를 더 할당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라센 편과의 이어지는 부분도 매끄럽지 못했고..(대사 자체가 달라져 버렸으니.)

개인적으로 '복제 인간' '기억 상실'등. '유전자가 같아도 기억이 다르면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라는 소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도 그런 것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가지로 아쉽긴 하지만 링 시리즈를 완전히 완결지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링 - 버스데이

당 연히 링은 3번째 작품 루프로 끝이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독자들에게 여러가지로 놀라움을 안겨주었을 작품. 국내에서는 처음에 '링0 - 버스데이' 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가, 황금가지로 공급 회사가 바뀌면서 '링 외전 - 버스데이' 라는 이름으로 나온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링 1,2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준(?) 다카노 마이에 대한 이야기고, 두 번째 이야기는 정체 불명의 그 여성 야마무라 사다코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링 3 - 루프에서 연상녀의 감출 수 없는 매력을 드러낸 레이코의 이야기다.

그러나 사실, 나는 이 버스데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취향 차일 뿐이니 보고 싶지 않으면 넘기셔도 무방.

일 단 첫 번째 이야기. 다카노 마이의 이야기는...가뜩이나 링 시리즈 중에서 제일 비참한 죽음을 맞은 다카노 마이를 두 번 죽인 격이 되었다. 분명히 예전에 그 부분에서 사다코는 '다카노 마이는 껍질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출산을 해야 했고, 시체는 버리고 나왔다.' 라는 느낌으로 말했는데. 여기서는 살아서 의식이 있는 마이를 그냥 버려두고 나왔단다. 따라서 마이는 정말 비참하기 짝이 없는 죽음을 맞이했고, 사다코 = 나쁜 년 이라는 이미지만 강해지게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라센 편에서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었던 사다코라는 여성에 대해 더 말해주긴 했지만, 마지막의 결말 부분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다코의 목소리만 들어도 죽게 된다는, 무리한 설정이 추가되면서 더욱 아쉬웠다고 본다.

세 번째 이야기는 루프 편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후다닥 마무리 되었던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만 결말이 하도 찜찜한지라..아니, 루프 세계따위에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냐고..
사실 루프 편의 결말도 그렇고 이 마지막 이야기도 그렇고.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작품 내에서는 '일방적 의사소통' 만 가능하다고 나오는데. 내 생각으로는 쌍방 의사소통이 구현 가능하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루프 세계에 개입을 할 수 있기때문에. 루프 세계에 '메세지를 넣은 카드'를 보낼수도 있고, '전화를 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전화상으로 메세지를 보내는 것은 현실->루프 세계로 밖에 구현이 되지 않겠지만. 어차피 현실에서는 루프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대충 적어놔서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확실하게 설명할 수도 있다.

그 외 또 다른 문제점도 찾았지만 그건 생략하겠다. 아무튼 버스데이는 링의 세계를 완전하게 종결지었지만, 아무래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

나는 링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그의 단편집인 '어두컴컴한 물밑에서'를 구입한 적이 있다. 왜 과거형이냐 하면 지금은 없기 때문이다. 아마 링을 중고로 매각하면서 같이 매각한 듯 한데 잘 기억이 안난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크게 재미있지도 않았고 잘 와닿지도 않았다.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도 못한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다. 지금 보면 이해를 할 수 있겠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만약 지금 다시 복간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구입할지 모르겠다.

그 외 비교적 최근에 지하철 역내 서점에서 소설 '햇빛 찬란한 바다'를 구입했다. 상태 별로 안 좋은 절판 도서를 싸게 팔길레 사왔는데. 귀찮아서 안 읽고 놔두다가 예비군 동원 훈련 가서 다 읽은 기억이 있다.
호러나 미스테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연애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좀 늘어지는 면도 있고, 이야기 자체가 크게 흥미로운 건 아니라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결말은 나쁘지 않았다만..
남자 주인공이 고기잡이 배에서 일하며 겪는 어려움이 1/3~1/2정도 되는데. 고기잡이 배의 비극이라던가, 인간의 잔혹성, 이기주의, 고발성 등과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오히려 날뛰는 주인공에게 별로 동정이 가지도 않고..


내가 '작가의 다른 작품' 란을 쓴 적이 종종 있지만 이렇게 타 작품에 대해 혹평을 하는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어쩔수가 없다. 정말 별로였으니까.
실 제 링이 한국에서 상당한 히트를 쳤으면서도 그의 다른 작품이 속속 발간되다가....어느 순간 뚝 멈췄는데. 확실히 이유가 있다. 단 세 작품 보고 평가하긴 어렵지만...이 작가는 작가 자체가 이야기꾼인게 아니라, 평생에 한 번 쓸까 말까한 작품을 일찍 내놓아버린 것 뿐일지도 모른다. 링이 일본에서 큰 히트를 쳤고. 작가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을텐데, 막상 일본 내에서도 발표한 소설이 그다지 많지 않다.

최근에는 주부(主夫) 로서 보낸 경험을 토대로 육아법. 같은 책도 내놓고 있고 그 중 일부는 한국에도 출판되었으나....그렇다고 그걸 내가 살리가 없다;


이런 상황이라 다시 스즈키 코지씨의 새로운 소설을 보게 될 수 있을지 자체가 애매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링 - 바이러스는 지금 봐도 충분한 역작이다.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걸출한 명작을 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자식들도 상당히 자라서 육아 기간도 끝났을텐데...남는 시간동안 틈틈이라도 좋으니까 다시 펜을 잡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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