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학은 한국 시장에서 적지 않은 팬층을 확보했지만, 막상 베스트 셀러에 오른 작품은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공중 그네는 한국에서 무려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초 대형 히트를 거두었다.(*1) 이 작품이 나왔을 당시에 나는 군대에
있었기 때문에 무슨 마케팅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입소문만으로 이렇게 팔렸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무튼 한국에서 오쿠다
히데오씨의 첫 데뷔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도서관 대여 순위 및 인터넷 서점 판매 순위에서 상당 시간동안 상위권을 차지한
놀라운 작품이다.
이 작품이 하도 많이 팔리자, 후속작 '면장 선거'는 한정판까지 발매되었고, 그 외에도 오쿠다 히데오씨의 작품이 우루루 앞다투어 발간 되었으니..인기를 실감할 만하다.
(*1
내가 이 책을 샀을때만해도 30만부 이상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리뷰를 쓰면서 다시 검색해보니 60만부 이상, 80만부 이상이라고
되어 있고. 가장 최근 기사에서는 1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굉장한 롱 셀러이자 빅 셀러다. 100만부 이상 팔리는 소설은
생각보다 엄청 적다.)
무엇이 그리 훌륭한가?
만약 마케팅때문에 주목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그 뒤 오쿠다 히데오씨의 작품에 대한 꾸준한 인기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작품은 일본 대중 문학에 부여되는 상들중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나오키상을 받은 작품이다. 허나 나오키상 수상작은 일년에
1~4권정도 탄생하고, 이 작품은 그 중 하나일뿐이다. 그것만으로 이렇게 '대박'이 터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 대체 다른 소설들과는 뭐가 달랐을까?
나
는 '가벼움'에 있다고 본다.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을 읽는 것 처럼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굉장히 밝고 경쾌한데다가 대사는
경박하기까지 하다. 내용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가벼워서, 만약 라이트 노벨로서 출판되었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나왔다. 나오키 상 수상 작품중에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보통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지, 애니메이션은 드물지 않을까..
나도 이 작품을 봤을때 너무 가벼워서 황당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부분이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책을 평소에 멀리하고, 큰맘먹고 읽으려고 해도 3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리게 되는 활자
공포증인 사람들이라도, 이 작품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아무리 작품성이 좋고 시놉시스가
탄탄해도. 그것을 사람들이 읽어내지 못한다면 그건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수학 공식 증명 만큼이나 의미 없게 다가오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장르 문학이 3류 취급을 받고 순수 문학만 인정받는 가운데, '유명한 작품' 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출판된 이 작품이 이렇게 단순하고 가볍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낀 걸지도 모른다.
사실 만화나 라이트 노벨을 많이 본 사람에게는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른 것이다.
또 내용 전개가 흥미롭다.
이 이야기는 사회에서 '곤란함' '실패' 를 겪은 사람들이 이라부 종합 병원에서 독특한 치료법으로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는 식으로 되어 있다.
물론 여기의 직업들은 대부분 독특하고 기묘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사는 사회임은 변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고민'들에 상당히 공감을 하게 되고. 어떻게 극복을 하게 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며..
결국 성공적으로 재활을 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비일상을 다루는 듯하면서도 일상적인 느낌을 받게 되는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부가적인 해설 따위 필요 없이, 소설 자체의 재미도 크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모두 흥미로운 사건들이고, 기묘한 치료법. 개성 넘치는 등장 인물들이 흥미를 돋운다.
칙칙한 이라부 의사 하나만으로는 내용이 답답해질 수도 있으나, 섹시 간호사 마유미가 등장하여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내용에 흥미도가 떨어질때쯤 될때 적절하게 마무리 되는 이야기 하나 하나의 간격까지도,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인더풀, 면장 선거
이 작품은 이라부 의사 시리즈 2탄이다. 1탄은 인더풀, 3탄이 면장 선거다. (단, 우리나라에서는 공중그네가 제일 먼저 나와서, 공중그네를 1탄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공중그네의 성공 덕분에 두 작품도 빠른 속도도 발간되었으나...생각만큼의 히트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는 공중그네 1,2,3...이런 식의 제목이 아닌지라, 세 작품의 연관성을 알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지만. 재미의 문제도 들 수 있다.
사실 공중그네가 나오키 상을 수상했지만, 인더풀도 나오키 상의 후보에 올랐었다. 평가도 그다지 나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론 떨어졌었다.
이건 인더풀때 악평을 했던 심사 위원들중 일부가 공중그네때는 심사 위원에서 물러났다는 점도 영향을 줬지만, 확실히 인더풀보다 공중그네가 훨씬 재미있다.
나 역시 세 작품을 다 읽어봤으나, 면장 선거는 크게 재밌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인더풀은 읽다가 지루해서 덮어놓고 아직도 다 읽지 못한 상태다. (읽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일단 인더풀은...아직 덜 다듬어진 느낌이다. 이라부라는 캐릭터도 확실하게 결정된 것 같지가 않았고, 소재 자체도 큰 흥미를 끌지 못한다. 내용 전개도 마찬가지.
면장 선거는..우선 '환자'들이 특별한 직업을 가졌다 보니 공감 포인트라던가 심리 묘사가 좀 떨어진 느낌이고. 결정적으로 캐릭터 자체도 변했다.
이라부 의사는 괴기스러움을 넘어서 점점 찌질한 모습을 보이고, 신비주의 마유미 간호사는 갑자기 인간적인 모습을 마구 보여서 이미지를 확 떨어트린다.
3권이나 나와서 식상해졌다..라는 생각도 할 수 있으나. 그건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따지면 라이트 노벨은 전부 다 망해야 한다.
아마 3->1->2권 순서로 보게 된다고 할지라도, 3권을 제일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것 같다.
그래서인지, 작가 자신도 지친 건지 더 이상의 시리즈는 발간되지 않고 있는데.(단편은 조금씩 연재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오쿠다 히데오의 세계로..
나는 공중그네 하나만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고 당시 발간되었던 오쿠다 히데오씨의 작품을 모두 구입했었다. (그때만해도 정식 발매된 책은 몇 권 없었기에 가능.)
그러다가 '생각보다 나와 안 맞네..' 라는 것을 느꼈고, 그 이후에 오쿠다 히데오씨의 작품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면서 모으는 것을 그만두긴 했지만.. 아무튼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마돈나' '걸' 등을 읽어보면 확실히 재미있다. 그의 작품은 굉장히 가볍고 웃기면서도 공감도도 뛰어나다.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긴 하나 성공한 작품들은 대체로..)
소설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언어 영역의 딱딱하고 어려운 글이 떠오르는 사람에게는.(이래서 한국 소설 독자가 적은 것임) 소설의 매력에 눈을 뜰 수 있는 제일 좋은 입문서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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