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ter.jpg5권도 있지만, 다른 곳에 꽂혀있어서 그만..



케이 토우메라는 작가가 있다. 만화에 대해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어쩔수 없이(?) 꼭 듣게 되는 이름 중 하나이다. 난 한 때 자주 이용하던 만화 웹진이 있었고, 거기서 자연스럽게 이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이름만 아는 정도였지만.

대표작은 '양의 노래' 딱 하나밖에 없다. 양의 노래가 7권 완결인데. 그 외 그만큼 단행본이 많이 나온 작품도 없다. 나머지는 완결이 제대로 안 났고, 진행도 그리고...
그나마 양의 노래 마저도 완결이 부실한 편. 작가가 번뜩이는 창작력은 있는데 끌고 나가는 능력이 부족 한가?


아무튼 그냥 이름만 들었다면 틀림없이 난 이 사람의 만화를 보지도,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 권당 3500원은 학생에겐 비싼 가격이기 때문이다.

당시 꽤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던 때였다. 난 당시 소문이 자자했던 '홍대 앞 만화 서점'을 꼭 가보고 싶었다. 없는게 없다는 만화책 서점. 만화인에게 꿈의 공간. 꼭 거쳐야 할 공간. 만화인의 아키하바라(좀 오버)라는 그 곳. 나는 홍대까지 대략 40~50분 거리에 살고 있었고. 학교와도 반대편에 있어서, 좀 망설였지만, (만화에 관심많은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수업이 적은 날 큰 맘먹고 가봤던 것이다.

거기서의 경험은, 이 주제와 거의 50만 광년 떨어진 얘기라 생략하고. 암튼, 난 거기서 이 책들을 보게 되었다. 양의 노래.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작가의 책을 각각 3권씩 사서 돌아왔다.


이유라면. 돈이 썩어났으니까. 아무래도 그림체일것이다. 만화가들의 그림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하나는 평범하고 대중적인 그림. 즉, 순정 만화는 눈 크고 동글동글하고, 소년 만화는 잘난척 하게 생긴 소년과 모에(?)한 미소녀. 틀에 박혀 있는 그림체이다. 타 작가 그림을 많이 흉내내면 이렇게 되나? 아무튼, 대중적인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중화되지 못하면 데뷔조차 못 한다. 대중적인 그림은 크게 튀지도 않지만, 독자들이 처음 볼 때부터 거부감없이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애니->만화화 할때는 이런 작가들이 주로 담당한다. 대부분 동인 출신 작가들이 더 이렇고...국내에서도 코믹이나 인터넷으로 활동하던 사람들도 대부분...자꾸 쓸데없는 얘기를.

다른 하나는 '난 다른 작가와 다르다.' 라는 개성주의 스타일이다. 간혹, 스크린 톤을 전혀 안 쓰는 작가도 있고, 펜 터치를 이상할정도로 굵직굵직하게 넣는 작가들도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라면 권가야씨와 박성우씨. 양경일씨가 있겠다. 물론 스토리도 되어야 한다.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도박묵시록 카이지'가 대표적이다.

케이 토우메씨도 그림체에 독특한 그 무언가가 있고. 그 무언가에 매료된 사람들은 저절로 그녀의 작품으로 들어가, 그녀의 작품을 찾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도 어느 정도의 매니아가 있다. 양의 노래는 학산에서 본격적으로 재판도 찍어냈었다.

마치 미술기법같은 그 수수하면서도 매력적인 그림체와, 독특한 색감. 그것이 나를 집어들게 한 장본인이다.



스토리.


기본 줄거리만 말하자면.

주인공은 대학 졸업 후 딱히 취직하지 않고 알바 인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모한 꿈, 희망만 가득한...것도 아니고, 그런거 잊은지 오래됐다.

여자친구 없는 기간 = 나이. 도 아니고, 여자 친구도 사귀어 본 적 있었다. (뭐지. 이 현실적인 설정은)
그러다가 그의 앞에 한 이상한 여자애가 대쉬하기 시작하고. (이건 좀 비현실?) 그의 첫사랑 여자까지 등장. 왠지 갈등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점점 늘어나는 등장 인물들. 그리고, 그는 성장한다!!



…그냥 3류 미소녀 만화 스토리?



아니다. 그렇게 느꼈다면 내 소개가 잘못된 것이다.

다만. 이 작품은 결코 스토리가 뛰어난 편이 아니다. 그럼, 만화가 스토리가 없으면 그림만 보냐? 라고 생각되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 '행동'보다 뭔가 진지하고 깊은 '전개'가 있다.

실제로, 주인공은 알바 인생이고, 취직할 의욕도 없긴 하지만. '그냥 하루하루 되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여자나 있으면 좋겠다.''라고 빈둥빈둥 허비하는 인생이 아니라, 나름대로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 주인공들도 주인공을 단지 '당신은 제 남편이 되어줘야겠어요!' 라는 이유로 쫓아다니고 하는게 아닌. 무언가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는게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작품내 등장하는 이벤트들을 보면, 때론 너무 현실적이고 너무 진지해서 분위기가 어두워질정도의 내용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렇지도 않다. 가끔 시시한 농담을 넣어서라도 분위기가 추락하는걸 피한다. 그것조차도 읽을때는 느낄수가 없지만.

지금 국내엔 5권까지밖에 안 나왔고, 몇 권까지 나올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진행이 된 건지도 모른다. 완결이 될 지 안 될지도 모른다. 내용을 보면, 7~8권만에 급하게 끝낼수도 있고. 20~30권까지도 연장할 수 있는 스토리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의 윤곽을 확실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애초에, 옴니버스에 가까워서, 내세울만한 주요 스토리도 없다.

다만, 이 작품 특유의 현실적이고 진지하고. 그리고, 노력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음 권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제목의 의미는 모르겠다. '(비틀즈의)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부르며)'라는 뜻이긴 한데. 이건 뭐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노르웨이의 숲' 도 아니고, 무슨 뜻인지..



단점?

일단 첫째. 스토리 상의 문제 하나.


너무 등장 인물들끼리 얽혀있다.


물론, '7계단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 라는 말도 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등장 인물들 모두가, 서로 알고 있던 사이.

예를들어, A,B,C가 있다. A는 B와 C를 알고 있고, 셋이 우연히 거리에서 만났다. A가 B와 C를 소개시켜주려고 하는데, 서로 '아. 이미 알고 있어.' 라고 말한다. 그런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이건 좀 스토리상의 완성도 문제. 쓸데없는 완성도만 신경쓰는, 나만 그렇게 느낀건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그런 스토리를 좋아하는건지, 그냥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감점이 된다.

물론 읽는 재미에는 별 영향이 없다.


둘째. 느린 발매.

케이 토우메는 멋대로 연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가 대표적이다. 국내 발매를 보자, 1권이 2001년 6월에 나왔다. 그런데 4권이 2004년 9월. 최신작 5권은 2007년 11월에 나왔다.

게다가 이건 언제까지나 국내의 기준이다. 2권이 2001년 7월. 한 달만에 나온 걸 보면, 일본에 이미 2권까지 나온 상태에서 발매 계약을 했다는걸 알 수 있다. 자주 가는 일본 서적 판매사이트에서 조회를 해 보니 1권 발매일이 무려 99년 3월로 되어 있다. (100% 정확하진 않지만)

최근에 일본에서 6권이 발매되었다.조만간 국내에도 출시 되겠지만.어쨌든 1권이 99년 3월. 6권이 2008년 11월이니.. 10년동안 6권이라는 말이 된다. 이쯤되면 '죽을때까지 완결을 볼 수 있을까?'라는 말이 나오는 '유리가면'이나 작가가 뭐하면서 사는지 궁금한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와 견줄만 하다. 앞의 두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출판사들이 작가에게 써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만한 작품이니까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이 예스터데이는 그렇게까지 유명한 작품도 아닌데, 안 짤리고 버티는게 신기하다! 일본 만화 시장은 포화 상태고, 새로 진입하려는 작가는 쌓이고 쌓였기 때문에 불성실한 작가는 당연히 바로바로 퇴출되고, 지면을 넘긴다. (잡지 페이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케이 토우메는 대단하다 정말!


다른 작품들인 '양의 노래'도 좀 어정쩡한 결말. '모르모트의 시간'같은 경우. 스토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정기적으로 연재가 무사히 되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4권에서 엄청난 속도로 결말.(3권 봤을때만 해도 4권이 완결편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루노'같은 경우는 1권만 내고 도중 하차.  '흑철'은 보다 말아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도 여전히 연재를 할 수 있는건, 작가에게 그만큼 매니아층이 있다는 말이다.



이 두 문제만 빼면 괜찮을텐데..그리고, 느린건 몰라도 대충 결말 만큼은 참아줬으면 한다..

10년째 연재를 한다는건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작가의 성향이 바뀐다는것. 10년이면 한 사람의 가치관이 바뀔수도 있는 시간이고, 실제로 오래 작품 생활을 해 온 사람들의 옛날 책들을 읽어보면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체나 그런 것 말고도 사상마저도 다른 경우도 있다.

10년동안 그렸던 '카페 알파'만 해도 초창기의 순수한 느낌이 후반에 갈수록 대충 '순수함 흉내. 1권 모방.' 같이 느껴져서 모으다 말았던 경험도 있고.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같은 경우는, 1권이랑 11권이랑 왜 이렇게 느낌이 다른지;;(그야 작품 내 시대도 다르지만)그런 의미에선,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는 끝까지 제대로 갔으면 한다.


늦게 나오는 장점(?)이라고 한다면. 모을수밖에 없어진다!! 이건 NT노벨이 한때 한 달에 6권씩만 발매했던 것과 같다.
 
한 작품이 한 달에 2~3권씩 나와봐라. 모으다가 돈이 없어서 '그만 좀 나와라!' 하면서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만화책은, 일본과의 단행본수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이상 한 달에 1권씩 나온다.)그러나, 1~2년에 한 권씩 나오면. 금전적 부담도 적고. 모으기도 수월하다.;; 사실 예스터데이 3권까지만 보고. '재미는 있지만 모을 생각은 없는 작품' 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4권이 하도 오랫만에 나오자, 나도 모르게 구입하고 있었고(?). 4권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결국 모으기로 한 것이다. 카페 알파도 같은 이유로 계속 모으다가 11권인가에서야 포기했다. ..물론 그다지 기쁘지 않은 장점이다.


자극적이고 화려하고 급박한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로 마음에 안 들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작품도 좋지 않은가?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5권. 학산문화사 발행. 각권 3500~3800원.


다음 작품 : 소설 -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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