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우리들의 작은 비밀' 이야기에서 말했듯 이 작품도 모모치 레이코씨와 비슷한 풍의 잔혹한(?)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이라 생각되나 아무튼 나는 매우 인상깊게 보았다. 단행본 분량의 압박으로 중고로 구입하긴 했지만..

대여점 중고의 압박 = 단행본마다 출판사가 다름. 어쨌든 둘 다 정식 라이센스판임.
이 작가도 여러가지 아픔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겪어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선 이런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
초반에 이지메가 소재로 나오는 다른 순정 만화들(꽃보다 남자등)과는 다르게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고, 그 뿐
아니라 가족 관계의 붕괴, 성추행, 리스트 컷 등. 초반 5권내에서 '한 사람의 여자로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현실적인 상황'을
모두 다룬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런 면에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와 비슷하다. 어쩌면 내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너무나도 비참한 내용에 초반 5권까지는 읽기가 어려울 정도다. 적어도 나는 5권쯤 읽다가 읽기를 포기했던 적이 있다. 나중에서야 다시 읽게 되었는데..그만큼 흥미로운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만화다. 그것도 순정 만화다. 고통을 받다가 결국 자살. 전학. bad end. 이런 결말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친구들이 생긴다. 주인공이 미키와 친구가 된 이후, 이 만화는 '우정 드라마'와 '이지메와 정면 대결'의 두
부분으로 나뉘게 되는데, 상당히 괴리가 있는 두 이야기를 적절하게 잘 조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10권이 넘어가면서 내용이 굉장히 스피디해지면서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데..특히 마지막 결말이 굉장히 의외였다. 순정 만화로선 상당히 파격적인 결말.
난 현실이 굉장히 즐거울 뿐이고, 힘들게 사는 사람따윈 내 알바 아니다.거나, 반대로 '현실도 충분히 괴로우니, 만화에서조차 어두운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다.' 라는 사람이라면 비추천.
현실의 아픔을 보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고 싶다면 추천.
개인적으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의 문제 중에 하나는. 주인공에게 다가오는 '악마'와 '마녀'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권선징악이 되어야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
어김없이 지적하는 아쉬운 점. 이것은 장기 연재되는 만화의 공통되는 지적 사항이기도 하다.
초반과 후반의 내용이 잘 매치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나미라는 캐릭터 인데. 초반에 '정체'를 밝힌 이후 그녀의 성격은 너무 자주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마나미가 중간에 안 좋은(?) 남자들이랑 어울리는 부분. 그 이후로 접촉도, 그런 뉘앙스조차도 볼 수가
없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그냥 혼자서 다 해결하려고만 하고..오히려 후반에서 다시 카츠미를 찾는 마나미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건 연재 만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제다.
즉, 마감에 쫓기고 그때그때 스토리를 짜내야 하니, 예전 연재분을 다시 확인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왜곡되어 버리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작가가 젊을 경우, 장기 연재 도중 사상이나 타입이 변할때도 있다.
스케줄이 촉박한 주간 만화의 경우 더 심한데. 격주간이나 월간 만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라이프의 경우 20권이라는 월간 만화치고는 대 분량에서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고, 완성도도 높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다른 만화
작가의 만화 모두가 정식 발매된 것은 아니다. 이 라이프만 해도 두 번이나 정식 발매된게 신기할 따름이니.
(세주 문화에서 6권까지 나오고 출판사 부도. 북박스에서 이어 발매했으나. 이건 놀라운 일이다. 한 번 나온 만화를 다시 출판한다는건 굉장히 리스크가 높은 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일본에서의 히트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것.)
어떻게 하다보니 작가의 정식 발매된 만화 모두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짧게 코멘트 해보겠다.
먼저 단편으로 '비타민'과 '해피 투우모로'가 있는데. 비타민은 정식 발매되었으나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가...이 리뷰를 쓰는 김에
생각나서 중고로 구입했다. 나온지 오래된 책 치고는 그럭저럭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역시 이지메를 다루고 있고. 짧은 시나리오
내에 불행이 농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라이프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해피 투우모로는 단편집인데, 만화들중 '해피 투우모로'만 '눈물 백만방울' 이라는 앤솔리지 책이 정식 발매 되면서 같이
번역되었다. 해당 작품은 스에즈쿠 유키씨의 작품이 있어서 그거 하나때문에 샀었는데.(그때만해도 다른 작가들은 몰랐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잘 산것 같다. 나머지 한 편도 사쿠라이 마치코씨 작품이고..
어쨌든 이 작품도 이지메를 다루고 있다. 특이한것은 라이프와는 다르게 전형적인 girl meet boy 형식이라는 것. 비타민보다 더 짧긴 하지만 그만큼 더욱 농축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분노 폭발을 경험할 수 있다.
라이프를 포함한 세 작품이 모두 이지메를 다루고 있는데. 연재 잡지의 성격이 딱히 어두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작가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어온 일들중 머릿속에 상당히 깊게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비타민이 출판된게
2001년인데. 표지에 '2년만에 연재를 하게 되었다.' 라고 했으니 99년에 데뷔를 한 것같다. 이때가 한국 나이로 21살이다.
라이프 연재가 24세때 시작. 이렇게 어린 나이에 몇 건이나 같은 주제의 만화를 연속해서 그릴 수 있었던건 그만큼 경험이 많이
차지한 것이리라.
또한 세 작품 모두 해피 엔딩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는 딱히 공통점이라기 보다..위에서 말했듯 만화라는게...불행하게 끝나면
독자들이 엄청난 반말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어거지로 해피 엔딩을 만든게 아닌, 자연스럽게 잘 종결시켰다고 생각한다. 특히
단편들은 마지막 장면의 통쾌함이 상당하다.
이번에 신작 '리미트'가 연재되고 있는데 이 작품은 국내 출판이 아직 안 되었고, 되긴 할지나 의문이다. 드물게도(?) 이지메가
주제가 아니라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라이프에서 보여줄 것을 이미 다 보여주었기 때문에. 20권이나 그런 만화를 그렸는데 몇 년
쉬지도 않고 또 다시 그린다면, 내용이 아무리 참신하다고 해도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작가 스스로도 이제 더는
못 그릴듯..)
스토리 라인은 정식 발매를 기원하며(?) 일부러 보지 않았다. 이 정도 작가라면 뭘 그려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핏 보기에도 꽤 심각한 주제인듯 하던데..
리미트가 정식 발매되기를 기원할 뿐.
아무튼 제대로 만화를 보고 싶다면 출판사를 하나 차려야 한다.
마치며
누군가는 말한다. '마조히스트도 아니고, 이런 어두침침하고 불행한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냐?'
소설이고, 영화고, 드라마고, 만화고. 모든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재미없다' 를 나누는 기준이 같다. 작품성? 연출? 그런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공감' 이다.
작품을 읽었을때 공감을 많이 할 수록 그 작품을 재미있게 보게 되고. 반면,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공감을 못하면 0점짜리 시간 낭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60억 인구가 모두 좋아하는 작품, 혹은 한국 5천만 인구가 모두 좋아하는 작품 따위는 없는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성경도 기독교 계통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평생 한 번도 보지 않는다.
그것은 기독교라는 사상에 공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6천만부가 넘게 팔린 초 대형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는 일부 기독교 계열에서 반발이 있다.
즉, '이런 어둡고 불행할 뿐인 이야기' 라도. 그것을 실제 간접/직접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아프고도 슬프게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희망을 잃지 않고 주인공과 같이 싸우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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