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잘 읽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그다지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소설에 동화되기가 참 어렵더군요.

물론 피랍일지를 먼저 해보고 한참뒤에 같은 제작자 분이 만든 게임이기에

초반에 예상과 어긋나는 부분에 어라?하고 갸웃거린 점은 전적으로 제가 등신입니다만,

그 착각 이후에도 자꾸 소설 밖으로 튕겨져 나오더군요.

단순히 신체훼손 혹은 폭력물 같으면야 그 쪽인가보다 하고 볼텐데

주로 모욕적인 가학에 초점이 맞춰진 묘사가 불쾌하면서도 늘어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묘사가 가혹하다기 보단, 왜? 의 부분이 좀 억지스러워 보였기 때문에

후반부의 굴욕에 당위성이 없어보였고 그래서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정도의 모욕을 당하는 주인공을 납득하려면

500만원에 요구에 대한 판단과, 언니이자 어머니에 대한 고백이 상식적으로 동감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주인공은 사소하게 넘기는 설정도 있지만) 판단의 잘못과 그로인한 돌이킬 수 없는 죄,

나역시도 같은 상황이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후반부의 절망에 동화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500만원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은 새우잡이를 타버리고

고백 건은 FAQ에서 티티님이 쓰셨던 부분이기도 한데, 생뚱맞을 뿐이더군요.

그저 절대악(저는 절대악 류의 설명은 설정상 편리라고 생각해서 달갑진 않습니다만) 앞에서 왜소한 개인을 표현하시는가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두 악마의 행동이 디테일하고.. 솔직히 유치합니다.

영화든 소설이든 절대악으로 표현되는 존재들이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체를 알수 없는 존재일수록, 비현실적일수록 근원적인 공포를 부추기니까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주인공A와 주인공B의 절망의 순환 이라는 컨셉에 짜맞추는 것에만 집중하시다보니

말씀드린 부분에서의 왜?라는 부분이 빈약하고 소홀합니다.

엔딩에서 의도하시는 분위기 연출에 비해서 독자의 익스큐스를 원하는 정도가 조금 많았다고나 할까요.

루저엔딩쪽으로 갔을땐 저도 낄낄대면서 아 병맛코드인가 했으니까요.

병맛코드라면 기본적으로 무한한 관대함을 전제로 하는 장르이니.

주제넘은 감상이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티티님의 설정상 의도와 어긋난 뻘소리 일수도 있고요.

하지만, 솔직한 감상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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