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제작소라는, 동인 게임 제작 최고급의 팀이 있었다. 거의 상용 회사 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게임을 만들었고, 실제로 훗날 이 팀의 팀원들이 모여서 만든 프랑스 빵이라는 곳에서는 한국 그라비티의 지원을 받고 라그나로크 관련 액션 게임을 제작하여 패키지로 판매되기도 하였다.

그 팀의 대표작이라 널리 알리게 된 게임이 바로 퀸 오브 하트 시리즈인데, 아마추어 팀에서 다루기 어려운 대전 액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주어서 '단순히 미소녀가 나오는 액션 게임' 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실제 오락실에서 구동되는 대전 게임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던 게임이다. 실제 나중에 발매된 멜티 블러드의 경우 아케이드로 발매되어 오락실에서도 구동되었고, PS2로도 이식이 되었으니...그 퀄리티를 알 만하다.
특히 98버전의 립버전은 용량이 매우 작은 관계로 한국에서도 '도전 액션 게임'으로 와레즈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당시로선 고전 게임도 아니었고, 이건 명백한 불법이다.)
거기까진 그렇다 치는데...여기서 특이한 일이 발생한다. 당시 한국에선 PC게임 시장이 나름 커진 상태였고..불법 게임들을 돈 받고 판매하는 비양심 회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에뮬레이터 게임을 돈 받고 판매하는 행위를 들 수 있겠다. 게임기 시장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는 당시 한국이었기에 가능했던 에뮬레이터 불법 판매는...정말 아시아에서나 볼 수 있는 놀라운 일이었고. 철권3나 위닝일레븐의 PS1버전을, 이미지 파일과 PS1 에뮬레이터를 첨부하여 쥬얼CD로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했다. 이 놀라운 사태에 남코는 격분하여 한국 영상물 등급 위원회(지금은 게임물 등급 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뭐 이딴 불법 게임을 심의 통과시켜 주느냐. 라는 목적이었으나. 과연 대한민국에서 이런 소송이 받아들여졌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중 이 퀸오브하트의 99버전이 한국에 유통되었다. 당연히 불법으로. 그런데 이게 신문 광고까지 하는 바람에 '이게 불법이야? 아니면 정식 계약을 맺은 작품이야?' 하는 의문이 몇몇 커뮤니티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신문 광고라는게 전혀 게임과 상관도 없는 캐릭터들이 나타나있기 때문에 매우 수상하긴 했으나...보통 몇백만원 하는 신문 광고까지는 안 하잖아?

그래서 어떤 용자가 와타나베에 직접 메일을 보낸 것이다. '와타나베의 퀸오브하트99가 한국에서 패키지로 판매중인데 이거 공식 유통된 겁니까?' 라는 내용의.
놀랍게도 답변이 도착했다!
우리는 그런 계약같은것 한 적이 없다. (중략) 후세에 알려 웃음거리로 삼겠습니다.(웃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마지막 말은 물론 농담이지만. 참 대단한 망신이다.
나는 부끄러움과 한심함에 그 후속작 파티즈 브레이커, 마물헌터 마이의 경우 정품까지 샀었으나. 이걸 왜 팔았을까....어휴..



추가로 이런 사건도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PC통신 나우누리 모 게임 동호회에. 누군가 퀸오브하트99를 올렸었다. (이건 위 패키지 사건 이전의 일이다.)
물론 나우누리는 합법 컨텐츠이고 그 동호회도 (나름대로 대형 동호회이니 만큼) 저작권을 준수하여. 그 작품을 등록 삭제 하였다.
그러자 팬들이 반발하여 '야! 이건 동인 게임이다. 돈 받고 팔기는 하지만 소액으로, 코믹마켓 참가 비용과 CD 제작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돈을 받는거지 원래는 공개 베포나 다름없다! 우린 코믹 참가도 못 하잖아' 라는 주장을 펼쳤고.
꿋꿋하게 계속 업로드를 하였다. (다만, 운영자가 체크를 한 뒤 사후 등록을 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자료실로 올라가지는 못했다.)
그러다 계속 짤리니까 누군가 격분하여. 와타나베 측에 메일을 보냈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는데..자료실에 업로드 해도 되지?? 라는 내용의
오옷. 답변이 왔다. 정말 친절하다!
대략 '(정품을 사서) 친구들에게 빌려주어서 설치하는 것은 OK이지만, 자료실 공개 베포는 NO다.' 라는 내용이었다.
제작팀의 공개 입장이 밝혀지자 할 수 없이 업로드를 주장하는 팬들은 싸그리 버로우 탔고. 남은 것은 운영자와의 갈등과 미연시 팬이라는 것들의 저작권 의식이 얼마나 형편없는가...라는 것을 알려준 것 뿐이었다. 오덕후로소이다~

상식적으로 공개 베포를 한다면 코믹 참가 말고도 웹에 업로드를 했겠지. (나르키소스 1,2처럼)
대체 그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난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