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여점 스티커의 압박. 그렇지만, 요즘은 대여점판도 구하기 힘들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내가 최고로 꼽는 한국 순정 만화이다.
미스터 블랙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잠깐 한국 순정 만화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한다.
(물론 관심없으면 스크롤을 내려도 내용에는 전혀 지장 없다)
한국 순정 만화의 과정...?
한국의 만화, 일본의 망가, 미국 코믹. 뭐든 간에 만화라는 문화의 역사는 짧다. 그리고, 짧은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떤 것이든 처음 생기면 수 많은 시행착오와, 관련 산업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점점 진화해 나가고. 그런 과정이 되풀이 되어야 안정화 되는 법. 만화는 계속해서 변화해왔고, 따라서 지금의 만화와 예전의 만화는 무언가 다른 그 무엇이 있다.
현재 한국 소년 만화는 일본 만화와 별 차이가 없다. 그 이유는. 소년 만화라는 것 자체가 90년대 초, 아이큐 점프와 소년 챔프의 창간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 전만해도, '보물섬'을 대표로 하는 아동 만화와, 이현세씨등이 그린 '성인 극화'(아니면 청년 극화) 정도만 있었던 한국 만화 시장에, 저 두 잡지가 탄생하면서 본격적인 소년 만화가 시작되었다.
이 두 잡지는 일본의 인기 소년 만화 잡지 '소년 점프' '소년 매거진' 등을 열심히 벤처마킹했고, 당시로는 파격적이었던 일본 만화를 직접 연재하기에 이른다. 일본 만화 = 해적판 밖에 없던 당시, '드래곤볼' '슬램덩크'등의 대작 만화들을 정식으로 들여오는 모험을 한다. 그리고 대 성공. 그렇기 때문에 '드래곤볼' '슬램덩크' 같은 느낌의 한국 만화들을 대거 연재하기 시작했다.
사실 초창기 인기 있던 한국 소년 만화인 '마이 러브' 나 '달숙이' '캡틴 서바이벌' '천재들의 합창' 같은 경우 일본 만화들과는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이 두 만화를 포함한 몇 몇 만화는 어떻게 보면 '보물섬' 같은 아동 만화 스타일이었다.(일단, 그분들 어시스트(문하생)로 시작한 분들이 많으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영챔프' '쥬니어챔프' 등이 창간되기 시작했을때, 점점 그런 만화들은 모습을 감추고, '드래곤볼''슬램덩크'와 비슷한 형식의 만화들이 늘어난다.(일단, 독자들의 요구도 많았다. 당시, 한국 만화는 유치하다. 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새로 데뷔하는 소년 만화가들의 상당수가 드래곤 볼, 슬램 덩크를 보고 만화가를 꿈꾸어 오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점점 더 차별점이 사라진다. (대신 아동 만화는 '팡팡' 등의 잡지로 간다. 아애 다른 시장을 형성한다.)
그런데 순정 만화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한국 순정 만화가 제대로 틀이 잡히기 시작한건 80년대 초, 중반이다. 소위 순정 만화 1세대라고 부를수 있는 이 시기에(물론, 이 의견에 반대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엄청난 대작들이 많이 나온다. '대본소' 라 불리는 만화방 시장에서 이런 작품들이 탄생했다는건 대단한 것이다.
황미나씨를 선두로, 이미라씨, 강경옥씨, 신일숙씨, 김혜린씨 등등. 80년대의 순정 만화가들은 굉장한 퀄리티와, 일본 순정 만화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들을 쏟아낸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이름만 듣고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 이후로, 댕기 등의 순정 만화 잡지가 창간되고 더욱 퀄리티는 높아진다.
그리고 90년대 초반, 윙크, 르네상스 등이 창간되고. 기존의 작가에 원수연씨, 이빈씨, 유시진씨등. 새로운 작가들이 추가되어 더욱 퀄리티를 높인다. 이때가 2세대 라고 부를만하다. (살짝 시대가 달라도 이해해주시길)
그런데 희한하게도, 소년 만화와 달리 순정 만화는 2세대까지 일본 만화의 등장이 거의 없다. 사실, 일본에서도 딱히 이렇다 할 순정 만화가 별로 없기도 했었고. 정식 발매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해적판도 '닥터 슬럼프' '드래곤볼' '쿵후보이 친미' 등이 많이 들어왔지..'세일러 문' 만 해도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들장미소녀 캔디나 작은숙녀 링...등등. 애니메이션만 활발했지. 만화책은 나의 지구를 지켜줘, 정도가 들어왔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90년대 중반 가까이 되어서)
그리고 90년대 중후반. '언플러그드 보이' 라는 작품이 등장한다. 천계영이라는 이름의 작가가 선 보인 이 작품의 파동이 제대로 퍼지기도 전에, '오디션' 이라는 만화가 나와서, 순정 만화 사상 첫 100만부의 고지를 돌파한다. 당시 대여점이 점점 숫자를 늘려가던 때이니만큼 더 대단한 일이다. 이때부터가 3세대라고 할 만하다.
천계영씨의 등장으로 만화계의 흐름이 확 변한다. 언플러그드 보이는 분명 신선한 작품이었지만, 이후 수 많은 작품들이 비슷한 학원물을 선보여서 식상해진다. 나예리씨의 특명! 10대에 하지 않으면....라던지 이빈씨의 ONE을 비롯하여..수많은 '언플러그드 보이와 비슷한 학원물' 들이 태어났다. 인기작 '궁'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궁'이 전형적인 그런 스타일이다. (막상, 궁이 나왔을 초기엔 만화 매니아라 자청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주지 않았다)
사실, 그 전에 그런 스타일은 드물었고, 일본 순정 만화의 학원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어느 정도 리얼리티가 있고(10대의 고민이랄까), 남학생의 스타일도 많이 변한다(무서워진다?). ..개인적으론 언플러그드 보이는 좋았지만, 다들 그런 느낌이 된다는 것이...
1세대때만해도 학원물이 아닌 다른 장르가 상당히 많았다. 별빛 속에 - SF. 굿바이 미스터 블랙 - 시대물. 아르미안의 네딸들 - 판타지. Etc..
그러나, 오디션과 언플러그드 보이의 성공으로.. 대부분 학원물. 아니더라도 현대물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물론, 판타지물도 가끔 등장하지만,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때쯤부터 밍크의 카드캡터 체리와 같은 일본 만화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의외로 뚜렸한 경계를 만들어가며 따로 성장해간다. 한국이고 일본이고 순정 만화는 갈수록 가벼워지고, 남자 주인공은 똥폼만 잡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일본 순정 만화와는 여전히 다르다.
그림체부터가 다르다. 요즘은 동인 출신 작가들도 많아서..소년 만화는 그림만 봐선 어느 나라 만화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인데, 순정 만화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북미 애니메이션의 그림체가 전혀 다르듯, 두 나라의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일본 진출이 더 어려운걸지도 모른다.)
일본의 순정 만화. 특히, 리본.나카요시.챠오 3대 아동 순정 만화는, 눈이 얼굴의 1/3. 동글동글 귀여운 스타일이 대부분이고, 하나토 유메등 소녀, 숙녀? 층으로 가도 눈 크기가 줄고, 등신비가 늘어날 뿐, 보통 그만그만한 느낌이다. 특히, 신인 작가들일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한국의 1,2세대 작가들은 그런 그림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비교적 소박하고, 마르고 호리호리한 체형이 많다.
대히트작가 천계영씨의 그림체 자체가 워낙 개성적인 탓도 있을 것이다. 사실, 천계영씨가 박무직씨의 만화 입문서를 보고 만화를 그렸다는데 그래서인지 박무직씨의 그림과 비슷한 점이 많다. 천계영씨의 영향도 있는지.. 지금의 한국 순정 만화들은 귀엽고 동글동글한 것과는 꽤나 거리가 생겨버렸다.
아이러니한건 일본 순정 만화의 발전도 한국과 비슷하다. 오히려 고전 순정 만화가 더 신선하다. 유리가면만 해도 그렇다.
일본에서 오디션의 역할을 한 것이, '꽃보다 남자'. 순정 만화 역사상 유래없는 대박을 내면서 수 많은 순정 만화들이 학원물의 코스를 걷고 있다. (암튼 꽃보다 남자 이후로 싸가지 없는 남자놈이 꼭 한 놈씩은 등장을 한다.)
꽃보다 남자류의 만화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통탄할 만한 노릇이다.
1세대 순정 만화
나는 이 1~2세대 순정 만화들을 좋아한다. 순정 만화라고 반짝반짝 빛나기만 하고, 고민이라곤 하나도 없는 진부한 얘기에 '이제 너랑은 끝이야' 같은 대사만 나온다고 생각하면 완전 착각이다.
요즘 순정 만화들을 보면 너무 가벼워서 인생의 고민이란걸 볼 수가 없고, 여성 캐릭터는 남자한테 끌려다니고 지배되는 스타일이 너무 많다. (물론 아닌것도 많다)
그에비해 1세대 만화들을 보면. 상당히 강한(?) 여성 주인공들이 많다. ..물론, 마지막엔 결국 '여자다운'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라 조금 실망스러운 작품들도 있다.
그리고 가볍지 않은(어떻게 보면 매니악한) 소재와 스토리, 전개들이 나오고, 캐릭터의 심리 묘사가 상당하다. 설정도 훌륭하다. 세계관 하나만 봐도 왠만한 소설 이상이다.
당시의 명작들. 이미라씨의 인어공주를 위하여(학원). 강경옥씨의 별빛속에(SF). 신일숙님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판타지) 등등..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매니아들도 많을 것이다. 페이지 하나하나마다 고민과 열정의 흔적이 엿보인다.
그들중 드라마나 영화화 된 작품들도 많다.
비천무 - 드라마, 영화. 바람의 나라 - 게임, 드라마. 리니지 - 게임. 두 사람이다 - 영화. 풀 하우스 - 드라마. 레드문 - 게임. 등등.
드라마나 영화로 나온 작품들은 이분들 작품이 상당수이다. 궁 정도를 빼면 대부분의 작품들이 다 이 분들(아니면 허영만씨나 강풀씨)의 작품이 아닌가? 그만큼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설정이 주목받았단 얘기다.(그런데 막상 영화나 그라마가 흥행에 성공해도 만화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
이 분들은 르네상스, 댕기등 순정 만화 잡지가 창간되면서, 본격적인 잡지 연재를 시작하셨고. 순정 만화 잡지들이 하나씩 폐간되고, 가벼운 잡지(=대중적인 잡지)만 남아있는 현재는, 마땅히 연재할 공간조차 없다. 그래서, 요즘은 이 분들의 신간을 보기가 어렵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황미나씨같은 경우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길을 걸어오신다.
1980년. 1세대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로 등장하신 이 분은. 판타지, SF, 현대물 가리지 않고 마구마구 창조를 하신다.
현대물 같은 경우, 당시 어려웠던 한국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독자들에게 많은 충격을 준다. 만화 = 파라다이스 세상. 현실도피 라는 생각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와서는 갑자기 소년지 아이큐 점프에 진출한다. '파라다이스' '슈퍼트리오' '알게뭐야'...순정 작가가 소년지에 연재하는 경우가 없는건 아니지만. 국내에선 거의 없다시피 했고..지금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인기까지 있었으니..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림체까지 변한다. 형민우씨 같은 경우, 만화마다 스타일에 맞게 그림체를 바꾸는데.(이 분은 괴물임) 황미나님은 90년대 들어와서 아주 바뀌어버린다. 90년대 만화 '레드문'을 보면, 80년대 만화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물론, 레드문은 순정 만화라, 순정 만화 스타일도 남아 있지만, 이 '미스터 블랙' 같은 만화랑은 상당히 다르다.
80년대 때는 순정 만화 같은, 남자는 미청년. 여성은 가녀린 스타일이다. 가끔 샤방샤방 빛나는 효과도 나온다.
그런데 레드문으로 가면 남자는 좀 뻣뻣하고, 투박한 캐릭터들이 나타나고. 여성들은 소박하다. 샤방 효과도 거의 없다. 소년물인 슈퍼트리오 같은 경우 완전히..현재도 이런 스타일의 그림체이다.
일본 진출
또 눈에 띄는 행로라면 일본 진출을 들 수가 있다.
신 암행어사 이후로 몇몇 한국 만화는 일본에 진출했고, 현재도 진출하고 있지만. 90년대에 만화의 본고장 일본 진출은 말 그대로 '딴 나라 얘기' 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신 암행어사도 일본에서 양경일씨 만화 보고 괜찮다 싶어서 스카웃한게 아니라, 윤인완씨가 피터지게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이다.
윤인완씨는 따로 단편 만화를 그려서 일본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였고, 일본어로 번역해서 그쪽 스타일대로 맞춰..신인으로 데뷔한 것이다. (물론 이것도 대단하다. 일본어 번역가도 스스로 고용해서 양경일씨 설득해서 만화 그리고 응모하고 하는걸 스스로 다 했으니..보통 집념으로는 할 수 없겠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100만년동안 아무리 만화를 그려봤자 일본에선 아무도 윤인완, 양경일을 알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거기엔 좋은 만화가가 엄청나게 많다.
보X, 동XX기등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었다지만, 그건 더욱 비교할 게 못된다.
철저하게 기획사에서 돈을 투자해 일본어를 공부시켜, 일본어로 노래를 불러 '옆 나라에서 엄청나게 인기 많은 아이돌 가수' 라는 포장 하에 돈을 마구 사용해 데뷔한 것이니, 성공해도 별로 놀랄것도 없다.
일본에서 모셔가 대접해 준게 아니라, 피터지게 공부해서 + 기획사에서 돈을 쏟아 부어서 얻어낸 승리라는 것이다.
욘사마 신드롬도 마찬가지다. 욘사마가 유명해진건 겨울 연가. 그러나, 이 겨울 연가를 일본에서 알아보고 사간 것일까? 아니. 당시 시장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한국에서 드라마를 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고. 일본 회사들 중 하나에서 ok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황미나씨는 원고를 투고했거나, 일본 진출을 위해 준비한 것도 아니었는데 일본에서 먼저 알아보고 '스카웃' 되었다.
이는 다른 가수들의 성공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마이클 잭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등. 이런 사람들이 한국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한국어 배우고 열심히 애썼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명인이 되었는가?
아니. 알아본 것이다. 방한 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방한하기 전에도 유명했다는 말이다.)한국에서 그들을 알아보았고 그들에게 열광했다.
한류는 있는데 왜 반대로 일류, 중류, 미류는 없을까? 그만큼 우리가 훌륭해서?
틀렸다. 누가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연예인으로 적극적으로 데뷔하겠는가? 솔직히 말해 '한국에서 성공했다' 는 건 외국 스타들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예술 시장이 크길 하나, 복제 시장은 세계 최고지 않나, '원'같은거 벌어봤자 외화벌이에도 도움 안 되지..
SMAP의 대스타 초난강씨가 있었다. 유일하게. 그건 그가 한국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고. 말 그대로 유일했을뿐이다.
물론 이 나라의 세계 최고 수준의 인종차별도 큰 몫을 차지한다만.
물론 금발 백인은 환장을 하고 달려들긴 하지만, 아니 금발의 잘생긴 백인이 한국같은 나라에 관심이 있겠냐고. 기껏해야 '한국 여자와 자는 방법'에나 관심이 있지.
아무튼 신 암행어사 이후로 몇몇 한국 만화는 일본에 공모전을 거치지 않고 수출되지만. 황미나씨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잡지 연재. 일본 만화는 잡지 연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그러니까, 영화도 극장에 상영되고 DVD로 나오는 것과, 그냥 DVD로만 출시되는 영화가 있다고 보자. 만화 잡지가 거의 스크린 같은 역할이다. 그래서, 똑같은 만화라도 인기 있는 잡지에 연재되느냐, 비인기 잡지에 연재되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적지 않게 차이가 난다.
하물며, 잡지에 연재 되지 않은 것들은 당연히 언더에서 맴돌 뿐이다. 만화 잡지만 수십개이고, 잡지에서 이미 인정 받은 만화들만 보기에도 벅찬데, 알지도 못하는 단행본 만화까지 살 정도로 여유있는 사람이 많겠는가?
당연히 일본에 수출된 (잡지 연재를 거치지 않고 단행본만 나온) 만화들은 모두 저조한 판매량에 기껏해야 교포들에게나 팔렸을 뿐이다.
그저 신 암행어사등 몇몇 만화가 조금 반응이 있자 한류 열풍을 타고 조금 내놓다가 금방 꺼진 불씨에 불과하다.
그런데 황미나씨의 만화 '윤희' 와 '이씨네집 이야기'는 일본의 잡지에 연재된다. (이후로 공식적으로 일본 잡지에 진출한게 신 암행어사이니, 몇 년이나 공백이 있다.)그것도 '모닝'지에. 모닝은 상당히 유명한 성년 대상 만화 잡지이다. '무슨무슨 만화가 연재되었는데?' 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그런걸 외우고 다닐리는 없지만, 유명 작가 소개같은것을 보면 꽤 자주 볼 수 있는 잡지이다.
이건, 신 암행어사가 연재된 선데이GX나, 박성우씨의 흑신이 연재된..기억도 안나는 잡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레벨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 신 암행어사를 비롯한 많은 소년 만화/만화가들이 일본 진출에 성공했음에도(물론 암행어사가 길을 틔어놓은 덕분 + 한국 만화계가 워낙 개판이라 일본에서 가지 않으면 굶어 죽을 판. 이라는 개떡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순정 만화는 일본 문턱도 제대로 밟지 못하고 있다. 이건 최근의 한국 순정 만화를 보면 미안하지만 당연하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20년동안 계속 퇴보만 하고 있다. 이미라씨, 황미나씨, 강경옥씨, 유시진씨. 이런 기적적인 작가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시장에 무얼 바라리..
잡소리가 너무 길었지만. 이 '굿바이 미스터 블랙' 은 1세대. 즉 80년대에 첫 발매가 되었던 판타지 순정 만화이다.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작품이다.
당시 순정 만화는 장르만 독특했을뿐 아니라, 완성도도 굉장히 높았다. 미스터 블랙은 대단한 구성력과 사람의 눈을 잡아 끄는 강렬한 전개를 선보인다.
처음 시작은 마치 '몽테크리스토 백작' 과 같은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 투옥. ...그럼 당연히 복수가 있어야 겠지? 그런데 그게 쉽지만은 않다. 작품의 5권 내내 전혀 알 수 없는 전개가 계속된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부터 본론이다.
스토리
주인공은 장래가 기대되던 영국의 군인. 집안도 좋고, 성품도, 실력도 있었다. 그러나 행복이 무너지는건 한 순간. 어느날 반역의 모함을 받고 유배되어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그의 유죄가 확정되는데에는, 믿었던 친구의 배신이 큰 몫을 했고, 더 미치는 일은, 자신의 약혼녀와 그 친구가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
어떻게해서든 탈옥해, 복수를 꿈꾸던 그였지만, 세월은 흘러가도 탈옥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그러던 어느날 그의 앞에 한 귀족 미공자가 나타난다.
둘은 곧 친해지게 되고, 그러다가 주인공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데..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아는 작가라면, 한 번쯤 다뤄보고 싶은 느낌을 받았을만한 '복수극'. 게임 서풍의 광시곡의 주제로도 사용되었던, 누명->투옥->탈옥->복수 라는 전개는 굉장히 흥미롭다. 그렇지만 내용의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왠만한 작품들은 '몽테크리스 백작의 아류' 라고 불리기 쉬운데. 그래서, 이 미스터 블랙은 여러가지 독특한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
일단 스토리 전개가 매우 느긋하다. 5권 분량이라면 1권내에 탈출해서 신분을 숨기고, 계속 복수의 칼을 갈다가..4권쯤에 무자비하게 복수가 시작되어, 5권에서 용서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봐도 탈옥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유배된 종신형의 죄수가 쉽게 탈옥하는게 무리지만.
그리고 순정 만화답게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가 더욱 눈에 띈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 아트레이유. 두 사람은, 좀 지나칠정도로 완벽한 인물들이다. 나중에 나오는 편집장 역시 마찬가지.
그렇다고 '남자가 보기엔 비호감인 남성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에 남자에게도 무리 없다. (단순한 질투가 아님?? 이라고 의문을 느낀다면. 여성이 보기엔 비호감인 여성 캐릭터를 떠올려보면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를 보면 알지만, 실제 역사에 어느정도 근거를 두고 있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고, 미국이 남북전쟁을 하던 시대. 이벤트나 사건들도 굉장히 현실적이다. 그냥 적당한 판타지 시대로 설정해도 되는걸 꼼꼼하게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이 작가분의 다른 작품을 봐도 이런 경우가 많다.
스토리에서 문제라고 해야하나, 아쉬운점이라고 해야하나. 주인공의 앞에 갈수록 비극적인 상황이 놓여지는데. 이 중 상당수는 아트레이유가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막을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트레이유가 주인공과 매우 친해지게 되는데..상당히 상류층에 속한다고 판단되는 아트레이유가 왜 주인공의 불행에 무심한 모습을 보여주는지..안타깝다.
(정확히 어느 부분을 말하는지 얘기하고 싶은데, 완전한 뉏톼가 되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
작가의 다른 작품??
황미나씨의 작품이라면 일단 그 이름만으로도 책을 펴볼 만 하다.
다른 작품들중, 제일 유명한 작품이라면 역시 '레드문'이다. 18권의 대서사시 판타지. 현대와 판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사랑과 우정과 야망이 꿈꾸는 대걸작이다. 온라인 게임으로도 나왔다. (물론 설정만 갔다 쓴 것이겠지만)
일본 진출작 '이씨네집 이야기'도 명작이다. 처음엔 '뭐야? 이 평범한 가족물은' 하고 실망할수도 있지만. 50페이지만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적인 얘기를 요구받았는지, 중간 중간에는 한국 특유의 이야기들도 눈에 띈다.(남북 이산가족, 군대 등등)희노애락을 다 느낄수 있는 명작이다.
'우리는 길 잃은 작은새를 보았다.' 또한 명작이다. 이것 역시 소장하고 있는데(나중에 Tolk에서 다룰지도 모른다), 7~80년대의 한국의 비참한 현실을 고소란히 다루고....있으나 문제는 당시의 사전 심의에 걸려 대거 검열당했다는것.요즘이야 만화책도 사후심의 제도이지만. 당시는 꽉 막힌 독제정권 시절 아니었는가? 만화책도 엄격한 사전 심의였고, 별 말같지도 않은 것으로 마녀사냥을 당해야 했다. ...모 만화(잘 기억이 안남)는 교장 선생님이 복도에서 뛴다고 금지 되었다니.. 역시 전XX정권은 역사로 기록해둘만큼 대단한 시절이었다!!
그에비해 요즘은 엄청나게 변했다. 특히 게임은, GTA도 정식 발매되고..뭔가 발매 안 된다 싶으면 게임 위원회 엄청나게 욕하고. 강풀씨는 만화 26년으로 26년전의 금기를 담담하게 비판하고..아니 20년만에 이렇게 나라가 변해도 되는 거야?
만약 이 작품이 검열만 없었다면 어떤 작품이 되었을지 굉장히 궁금하다. 사실, 스토리 전개상 좀 납득이 안 가는 부분도 있고..그런 부분이 검열 때문에 그런 거라면, 참 슬픈 일이다. 이딴 나라에서 만화를 꿋꿋하게 그리셨던 모든 분들은 다 존경할 만하다.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
1세대 작가분들의 만화를 지금 구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나 역시 지금 가지고 있는 책도 운 좋게 구한거니까. (그나마 대여점판)
그도 그럴것이, 대본소 시장에 처음 나온게 80년대. 만화 자체가 안 팔리는 문화이니, 3년 전 만화도 구하기 힘든 책이 널려있는 이 마당에, 20년전 만화를 구할수 있을리가 만무하다.
그나마, 대원, 서울문화사 등에서 복간 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미스터 블랙도 서울문화사에서 새로 복간한 것이고, 유명하다 싶은건 거의 다 복간이 나왔다.
문제는 이 복간판도 구하기 힘들다는 것. 최근에 애장판으로 복간되는 책들은 구할 수 있지만..미스터 블랙같은 경우 대여점 중고판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보고는 싶은데 살 수가 없다..라는 분들은 궁하긴 하지만 포털 사이트들을 이용하면 된다.
만화 전문 포털 사이트 '코믹플러스' 라던가, 다음 같은 대형 사이트들중 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권당 300원. 일정액 2000원 정도한다. 대여점 가격 수준으로 만화책을 볼 수 있다.
물론, 화질의 문제도 있고 여러모로 불편한 점도 있으나. 그래도 절판된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한다. 한때 이런데서 만원씩 결제해놓고 1,2세대 순정 만화들도 많이 봤었는데...
암튼 미스터 블랙도 서비스가 되고 있다. 5권밖에 안 되므로 권당 결제로도 1500원 밖에 되지 않는다. 젠장. 이런 훌륭한 만화가 고작 1500원. 토스트 하나만 안 먹어도 볼 수 있다.
마치며..
최근의 황미나님은 작품 활동을 안 하고 계신다. 이는 1세대 작가분들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작품 활동이 없거나, 굉장히 뜸한..
만화계가 이 모양이 되었고, 순정 만화 잡지들은 갈수록 가벼워지는 이 현실에서 창작 활동 하기도 힘들것이다.. 그나마 1,2세대와 같은 만화를 만들어보자. 라는 느낌이었던 잡지 '오후'도 금방 폐간되었고..(솔직히 너무 비쌌음)
이번에 검색을 하다가 한 가지 소식을 들었는데, 2009년에 방영한다는 드라마 '외인구단'의 극본을 맡으셨다고 한다. 원작 만화가인 이현세씨와 친분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리라..대체 이 현실적인 분이, 비현실적인 드라마를 맡아서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를 반영시킬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환상의 커플 이후로 본 적도 없는 드라마를 오랜만에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 작품 : 게임 - 창세기전 시리즈.
2010/1 참고로 외인구단은 중간에 황미나씨가 드라마 제작진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결국 의견 충돌로 그만 두었고.
드라마는 개 망. ㅉㅉㅉ절로 초성체가 나온다
2011/6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일단 황미나씨는 오랜만에 복귀하여..네이버 웹툰에 '보톡스'를 연재해서 어느 정도의 반응을 얻었다. 정통 작가는 웹툰이 안 된다. 는 편견을 깬 작품이기도 하다.
이걸 읽다가 중단했더니..분량이 쌓여 다시 읽기 엄두가 안 나는데..어쨌든 빨리 읽어봐야 겠다. 아무튼 아주 옛날부터 만화를 그려왔던 분이시지만..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현대적인 몇몇 부분이 눈에 띄었다.
또한 최근에 다시 찾아보니 만화 포털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더라. 아마 계약 기간이 끝났고, 연장을 안 하신듯..아무튼 만화 포털 사이트란 곳이 '정액제' 를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점이 많은 곳이긴 하나 잘만 운영했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었을 텐데..아쉽다.
그리고 이 분 만화도 여러번 복간 되었고 애장판도 많이 나왔지만. 현재 만화 사이트를 찾아보니 모조리 절판인 모양이다.
즉, 신간으로 구입할 수 있는 만화가 한 권도 없다. 참 아쉽고 슬픈 일이다.
http://ttkti.ivyro.net
초등학교 6학년 때, 황미나씨의 '슈퍼트리오'를 처음 봤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게 제가 처음 만화를 접했던 때인 만큼(!) '이런 것도 다 있었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던 것 같아요;;
접한 시기가 좀 (많이) 늦었죠 ... 아! 웹툰에서 다시 슈퍼트리오를 보았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어요. :)
이 글을 읽고, '굿바이 미스터 블랙'과 더불어 '레드문' 같은 작품들에 대해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새록새록~)
굿바이 미스터 블랙, 포기하고는 있었지만 신간으로 더 이상은 구입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에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갑자기 너무너무 보고 싶어졌는데, 이럴 때 소장판이 없다는 건 슬픈 일이네요. (웃음)